코로나19 피해로 이자 및 원금 상환유예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10명 중 1명 이상이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한계 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대출과 만기연장 등 모든 한계차주에게 지원된 금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한계 차주들의 부실로 인한 '빚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수협·씨티·SC제일 등 15개 은행이 지난 2월 7일부터 7월 24일까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111만588명을 대상으로 신규대출 및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등 지원에 나선 금액은 총 148조1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해 각 은행이 따로 관리하는 한계차주 수는 총 6941명이다. 특히 이자 상환유예(224명)와 원금 상환유예(1824명)가 된 한계차주는 이자 및 원금 상환유예를 받은 전체 차주(1만7264명)의 11.9%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한계차주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금 및 이자 상환유예는 만기연장과 달리 갚아야 할 돈 자체를 일정 기간 갚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해당 기간만큼 이자가 추가로 쌓여 추후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유예를 통해 당장은 부실을 면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원금 및 이자 부담으로 인해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고 있던 한계차주로서는 부실 확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계차주는 3개월 이상 연체한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한 차주를 말한다. 중기대출을 많이 취급한 기업은행은 3개년 연속 적자이거나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은 외감기업을 한계차주로 관리하고 있다.
한계차주가 지원받은 이자 및 원금 상환유예액은 총 1조4000억~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차주당 7억~8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신규대출과 만기연장 지원도 받은 모든 한계차주의 대출금액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한계차주는 모든 은행(6941명)의 20%에 해당하는 1389명인데, 이들에게 지원된 금액만 2조678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은 한계차주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그룹의 핵심 임원은 "이번 금융지원은 상환할 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한 차주들이 받은 것"이라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한계차주가 더욱 증가해 부실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