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무도실무관 안병헌이 만난 친밀한 성범죄자들

2020-08-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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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번방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소식들을 많이 접한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 및 아동 청소년들이 많아 더욱 충격을 준다. 디지털 성범죄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오픈채팅, 인터넷 사이트 등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됨에 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무도실무관으로서 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병헌 실무관. 그를 통해 친밀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오간지 프로덕션 제공/ 안병헌 무도실무관]


Q. 성범죄자 관리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성범죄자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들이 있나요?
A. 성범죄자들을 비롯한 범죄자들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엄청 무섭고 험상궂은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언론에서 공개된 성범죄자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강력범죄자들도 다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공간에 범죄자가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거죠.

Q. 친밀한 성범죄자들이라는 의미는 뭔가요?

A. 성범죄가 다 친밀하게 다가가는 건 아니에요. 납치나 유괴 같은 건 굉장히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아이들이나 어떠한 대상에게 다가갈 때는 굉장히 친밀하게 다가가는 경우가 있어요. 좋은 사람, 좋은 지인처럼요.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느낌으로 다가가는 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것이거든요. 이런 것처럼 우리 주위에는 친밀하게 다가가서 일어나는 성범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친밀한 사람들이 성범죄자로 변할 수 있다는 거죠.

Q. 어렸을 때 “어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도와줘라”라는 교육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범죄의 취약점을 발생시키는 건 아닐까요?

A. 성범죄자들은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긴박한 상황을 만들어서 아이의 선함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힘이 많지 않거든요.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을 알려줘야 되는 거고요. 어렸을 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게 착한 사람이야“라는 교육을 많이 받았잖아요. 근데 범죄와 관련된 쪽으로 들어가 보면 아이가 어른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꼭 도와줘야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어른이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바뀌면서 어른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게 진짜 많이 바뀌었거든요. 옛날에는 어른이 주면 받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어요. 근데 사실 그 말부터가 잘못된 거예요. “어른이 하는 행동은 다 괜찮은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자라면 아이들은 분별을 못해요.

Q. 미리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성범죄는 상황과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늘 경계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로 홀로 있을 때 범죄가 많이 일어나요. 혼자 걸어가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아이들이 혼자 있거나 할 때 범죄대상으로 노려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사전에 차단시켜야 돼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나 밝은 곳,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과 같이 내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아요.

근데 범죄 사례가 많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맞춰야 돼요. 아동성범죄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일면식이 있는 경우에 많이 일어나요. 예방하는 것에 있어서는 아이에게 철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주변인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해요.
 

[사진= 오간지 프로덕션 제공]



Q. 사회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언론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웃고 넘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언제든지 나에게, 내 주변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예요.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 간과하고 넘어가는 게 아닌 법을 제정시키는 것에도 고민을 해보고 아이들에 대한 범죄예방 환경도 같이 고민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여러가지 이유로 출동을 하게 되는데 출입금지 구역에 출입을 하기도 하고, 외출제한이 걸려 있는 분들은 술 때문에 위반을 하기도 해요. 위반했을 때는 단호하게 하거든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되게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애 같기도 하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 처벌에 대한 얘기를 많이합니다. 가해자 처벌에 앞서 피해자 보호에 대해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A. 제일 중요한 건 가해자보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죠.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도록 중심은 피해자에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를 바라볼 때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바라보면 안 되고요. 당할만 해서 당하는 건 없거든요. 우리 모두가 피해자에 대한 시선을 올바르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Q. 기술이 발전할수록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A. N번방 사건을 보셨듯이 디지털 성범죄는 고도화 되어 있어요.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일상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요. 게임이나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한다던지,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올바른 스마트폰 교육이나 디지털 고육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문자가 와서 링크를 클릭했는데 몸캠이라는 걸로 전향이 돼서 알몸을 녹화했다고 협박을 당한 거예요.

성인도 당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쉽게 노출되겠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스마트폰과 게임을 할 때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접근 방식을 바꾸고 법이 어느 정도 강화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Q. 앱이나 사이트 등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A. 앱을 통해서 유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실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오픈채팅방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범죄와 관련된 내용들을 접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12월13일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될까요?

A. 조두순 출소로 인해 관심이 뜨거워요. 50만명 이상 청원에 참여했는데 현행법상 재심은 어렵다고 하고 출소는 점점 임박해오고요. 근데 사실 조두순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두순 말고도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은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어요. 그래서 언론에 보도되는 범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 조두순만의 아동성범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성범죄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항상 현장에 있고, 경기대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님, 제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님과 같이 언론을 통해 실태를 알리는 분들도 많고요. 이 분들의 행동 하나하나 조각이 모여서 범죄를 예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분들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든 분들이 함께 해주셔야만 더 완전한 성범죄 예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안병헌 무도실무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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