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과민(小國寡民). 작은 나라의 적은 백성. 중국 철학자 노자가 꿈꾼 이상사회다. 도덕경 80장에 등장하는 도가사상 속 유토피아에서 백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사는 땅이다. 때문에 이들은 생명을 중하게 여겨 멀리 떠나지 않으며,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고 갈 곳이 없고 무기가 있어도 쓸 곳이 없다. 외부로 눈을 돌려 나라를 키우기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만들어진 음식과 옷, 삶을 소중히 여긴다. 때문에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이웃나라에도 가지 않는다. 하루에 수천수만대의 비행기를 띄워 나라 사이를 오가며, 온갖 문명의 이기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에게 소국과민은 노자와 우리 사이에 놓인 수천년 시간만큼 떨어진 세상이다. 그러나 팽창과 소비, 성장만을 금과옥조로 받들다 팬데믹 세상에 갇힌 2020년. 소국과민에 담긴 노자의 철학은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