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1200원 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했던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달 24일을 시작으로 5거래일 연속 1200원 선을 하회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1191.3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고점(1285.7원)에 비하면 7.34%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7월 한 달 만에 4.1% 급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월간 기준으로 2010년 9월 이후 10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이는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왔던 귀금속·비트코인과 큰 차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금 가격은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 급상승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1일 온스당 1700달러 후반 수준이었던 국제 금값은 1900달러대까지 올랐다. 지난달 29일에는 온스당 1953.4달러를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금값 상승에 덩달아 은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제 은값도 온스당 24.3달러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3월 온스당 11.7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107.7% 급등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손·망실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 역시 급등세다.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가격은 1년여 만에 1300만원 선을 돌파했다. 5월 이후 1000만~11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7월 들어 급격히 가격이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이 강해지면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통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에선 달러 가치 하락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제 회복에 그만큼 의구심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내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실패해 경기 회복을 늦췄고, 대외적으로는 유럽·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은 물론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충돌해 경기 불안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전까지 안전자산 하면 달러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까지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