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코로나19 재유행세에 따른 경제 회복세 둔화를 우려하면서 경기 부양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추가 통화정책 없이 9월 다음 회의까지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연준은 의회에서 협상 중인 5차 경기부양책 등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공을 미뤘다.
연준의 발표에 이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로 장을 마쳤지만, 1% 초반대에 그쳤던 증시 상승세는 이후 선물시장에서 이내 다시 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29일 저녁 0.1%선에서 하락세를 이어가던 S&P500와 다우 선물지수는 30일 새벽 0.3%까지 내림 폭을 키워가고 있다. 그만큼 이날 시장에서 연준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대체로 "연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도전에 직면한 미국 경제의 궁극적인 회복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달러 대붕괴, 금 2300달러' 전망까지도...4~5개월간 달러 약세 불가피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와 금의 운명은 향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준의 결정이 나온 직후 달러 인덱스는 93.1까지 하락하며 2018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104엔대로 밀렸고 유로·달러 환율은 1.18달러대로 상승했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증권 매크로 전략가는 CNBC에서 "최근 연준의 태도는 달러 약세 흐름을 지지한다"면서 향후 달러 하락세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환시장은 향후 몇 주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약간의 반등세가 있을 수 있으나, 앞으로 4~5개월 동안 달러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투자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유행 상황이 극심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코메르츠방크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언급하며 "달러 전망이 취약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날인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의 '대붕괴(Great Debasement)'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의 대붕괴를 예상해 주요 분산 투자처로 금 선물을 선택하면서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붕괴란 화폐 개혁 등으로 통화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사태를 가리킨다.
지난 16세기 영국에서 헨리 8세가 모자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금·은의 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화폐 주조방식을 바꾸면서 화폐량이 늘어나 화폐 가치가 붕괴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현상에서 유래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전략가는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낮은 경제 성장률, 금융완화 장기화가 합쳐지며 달러 대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앞선 보고서에서 BofA는 '미국 연준은 달러를 찍어내도, 금을 찍어내진 못한다'면서 금값이 '30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달러화 대체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이유로 향후 12개월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2000달러에서 2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0.5%(8.80달러) 오른 1953.40달러를 기록했다. 나흘 연속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금 가치는 201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