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영화 연출에 도전한다는 배우들의 소식이 더 많이 들려왔다.
6월에는 33년 차 관록의 배우 정진영이 첫 번째 연출작 '사라진 시간'을 내놓았다.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신선한 영상 언어와 독특한 전개 방식, 장르의 충돌 등으로 대중들의 반응은 호오(好惡)가 갈렸지만, 평단에서는 엄청난 호평을 얻었다.
배우 정우성을 비롯해 조은지, 차인표, 이정재도 첫 장편 연출작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앞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 세계로 뛰어든 배우들이 기성 작품들과 다른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만큼 세 배우의 연출 소식에 영호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단편 '킬러 앞에 노인'을 연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정우성은 영화 '보호자'로 첫 번째 장편 상업 영화에 도전한다. 지난 2월 10일 크랭크인해 현재 후반 작업 중인 '보호자'는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담은 감성 액션물이다. 배우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이 일찌감치 캐스팅을 확정했고 정우성도 연출과 출연을 함께한다.
지난 2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계기로 아주경제와 인터뷰할 당시 정우성은 "만감이 교차한다. 개봉일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 바람은 올가을 개봉을 목표로 한다"며 "참여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감독으로서 저는 신인이지 않나. 이 작품을 믿고 선택해줘서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작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차인표의 감독 연출작인 '옹알스'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한국 코미디를 전파한 넌버벌(non-verbal) 코미디 팀 옹알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차인표는 제작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됐다.
단편 '2박 3일'을 통해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던 배우 조은지도 장편 영화 '입술은 안 돼요'로 감독 데뷔한다.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 앞에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7년째 차기작 준비 중인 베스트셀러 작가 현 역의 류승룡이 물오른 코미디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배우 이정재는 최근 영화 '헌트'(가제) 연출 소식을 전해왔다.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 2021년 크랭크인 예정이다.
이정재는 '헌트'의 시나리오를 4년 동안 집필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티스트스튜디오와 함께 '돈' '공작' '아수라' '신세계' 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였던 사나이 픽처스가 제작을 맡아 신뢰를 더 한다.
또 이정재는 첫 연출작 '헌트'에서 안기부 소속 해외팀 박평호 역으로 주연도 도맡을 예정. 현재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배우 정우성이 출연을 검토 중이다. 출연 확정시 두 사람은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1년 만에 재회하는 셈. 이정재의 첫 연출작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