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요즈마 亞총괄 “韓기업 신성장동력, 스타트업에서 찾아야”

2020-07-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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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사진=요즈마그룹코리아)]


“앞으로 국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은 좋은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많이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해야 신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다. 이게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 총괄대표 및 한국법인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아세아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 차원의 인수합병이 활성화돼야 벤처캐피털(VC)의 회수가 빨라지고, 또 다른 스타트업·벤처에 투자가 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요즈마’는 히브리어로 ‘혁신’, ‘창의’를 뜻한다. 이 대표는 글로벌VC 요즈마그룹 아시아 지역 벤처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요즈마그룹 회장은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산업부 소속의 정부기관인 수석과학관(장관급) 출신으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TIPS를 고안해 운영하면서 민관 모태펀드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요즈마 펀드는 10년 만에 4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직접 투자한 기업 23개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내부수익률(IRR)은 100%가 넘는다.

이 총괄은 한국에서 태어나 12세 때부터 이스라엘에서 탈무드와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한 유대인 교육을 받았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후츠파’ 정신에 입문한 이후 요즈마펀드에 합류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IP금융 분과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기술사업화 자문위원CI, 기초과학연구원 과학사업화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이스라엘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으며 양국 기업인들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가 2013년 한국에 진출할 때 이 대표가 먼저 입국해 시장조사를 진행했고, 법인 설립 등을 주도했다. 지금은 요즈마그룹 아시아 총괄대표와 요즈마 인베스트먼트 아시아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중견기업도 스타트업·벤처 인수합병에 나서야 한다”며 “국내에서 2·3세 경영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이들은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일부는 이미 스타트업·벤처 인수합병을 통해 핵심적인 글로벌 기술트렌드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신사업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인수합병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혁신’에 나서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혁신은 점점 줄어든다”며 “예전에는 1년 동안 연구개발(R&D)을 하면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나 이젠 3년이 걸리고, 개발비도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반면, VC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고성장이 가능하고 바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게 가능해져 규모가 큰 기업이 이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제 기업이 직접 R&D를 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고성장하는 스타트업·벤처에 투자해 일정 시점에 인수합병하는 게 유리해졌다”며 “이를 가장 잘했던 기업이 애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싼 R&D비용과 고급 인력을 갖추는 것보다 유망한 VC에서 좋은 스타트업·벤처 리스트를 하나씩 살펴보고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글로벌기업이 보유한 R&D센터는 간판이 ‘R&D’지만 실제 주요 역할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벤처를 인수합병하는 센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즈마 펀드가 한국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는 ‘제조기술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제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스라엘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에 제조 대기업이 많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이스라엘이 연합하면 아름다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유사한 점이 많은 나라다. 1인당 R&D 비용은 세계에서 1·2위를 다툰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R&D가 사업화로 이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스타트업·벤처 생태계도 한국은 국내시장 위주라면 이스라엘은 시작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은 글로벌 유대인 네트워크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가지만 제조기술이 없다.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을 갖추고 있으나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한국의 제조가 융화되고 사업화로 이어진다면 정말 아름다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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