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시한이 내달(8월 23일)로 다가온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은 2019년 방위백서에서는 "안전보장상의 과제에 양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위성·자위대로서는 한국과의 사이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연대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전날 아베 신조 총리가 채택한 2020년 방위백서에는 이런 내용이 삭제됐다.
또 주변 주요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소개하면서 호주, 인도, 아세안에 이어 4번째로 한국을 소개했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호주에 이어 한국을 두 번째로 기술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네 번째로 낮춰 의도적으로 한국을 홀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했고, 이에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언급하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중재로 1년 연장을 결정했지만, 올해도 미국의 중재로 연장될 지는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차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작년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철회되고 원상복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본이 수출규제와 관련해 한국의 대화 요청을 모르쇠로 일관해 온 결과, 우리 정부는 이달 말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절차를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오는 29일 WTO 패널도 설치한다.
반면 일본은 '한국 법원이 전범 기업 자산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하면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다'며 되레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나아가 '독도는 일본땅', '한국과의 협력은 불필요'하다고 정의한 방위백서를 채택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일본 방위백서가 종료 시한을 한 달 여 앞둔 지소미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군 당국이 지소미아에 대해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뒷받침'이라는 기조 아래 접근해 왔다. 군의 입장만 보면 정치와 국방은 분리해 생각하는 게 맞다"고 지소미아 종료를 우려했다.
한편, 국방부는 일본 방위백서에 대해 전날 주한 일본대사관의 국방무관을 초치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주한 일본 국방무관인 마쓰모토 다카시 대령을 국방부로 초치해 일본 방위백서에 기술된 독도 관련 일방적 주장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일본이 우리의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