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업체 3조 프로젝트 4년만에 무산된 이유?

2020-07-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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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난징 인민법원 반도체 업체 타코마에 강제 파산 명령

한때 유망기업이었는데... 당국 지원만 믿은 탓

[사진=중국 반도체협회]

지난 2016년 6월 중국 반도체 기업 타코마(德科碼)는 당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난징(南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상 투자금은 28억 달러(약 3조3799억원)로, 같은 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난징시와 맺은 공장 건설 투자 규모인 30억 달러와 맞먹는 것이었다. 타코마가 중국 반도체 업계의 결함을 메워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이유다.

그런데 고작 4년 만에 타코마가 파산 소식을 알렸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속에서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지원으로 촉망받던 中 반도체 회사 타코마
14일 중국 차이신 등 다수 매체는 중국 인민법원 산하 기업파산정보 홈페이지를 인용해 “난징 중급인민법원은 타코마의 강제청산 및 파산을 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타코마는 이듬해 난징경제기술개발구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주요 기업으로 선정됐다.

당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주창하면서 중국 토종업체 반도체 생산 라인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40%를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 이를 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반도체 업체들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타코마도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거대한 목표를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구체적으로 타코마는 8인치(200mm) 웨이퍼 공장과 12인치(300mm)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월간 생산능력 목표치는 12만장이었다.

국제반도체방비재료협회(SEMI)는 유명 반도체 업체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푸젠진화, 칭화유니그룹, 허페이 창신과 더불어 타코마를 선정하기까지 했다.
 
당국 지원만 믿은 타코마... 자체 자금은 고작 1억7000만원
이처럼 전도유망한 타코마가 실패한 이유는 당국의 지원만 믿고 사업을 진행한 ‘부실 기업’이었기 때문으로 판명됐다.

중국 왕이신문에 따르면 타코마는 지난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8인치 웨이퍼공장 설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2018년 내 양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리루웨이(李睿爲) 타코마 회장은 자체 자금이 고작 100만 위안(약 1억7200만원) 뿐이었다고 폭로했다.

리 회장이 당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맹신했던 것이다. 그러나 난징시 투자 이외 투자금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이 관계자는 “타코마는 초기 운영자금을 정부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며 “시 투자금이 바닥나니, 문제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리 회장은 최근 “난징시가 투자한 3억8400만 위안을 제외하면 투자금이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타코마의 핵심 기술도 문제가 됐다. 왕이신문에 따르면 타코마는 자체 기술력이 매우 낮았다. 대신 이탈리아 반도체 업체로부터 COMS 이미지센서(CIS) 관련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일본 도시바, 이스라엘 타워재즈 등 해외 업체들과의 기술 공유 협약을 맺었다.

기술 공유를 대가로 지불해야 할 금액만 어마어마했고, 이에 따라 타코마는 이미 지난해 3월 모든 공장 건설을 중단해야 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타코마의 파산이 결국엔 중국 당국의 무분별한 투자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중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지만, 자급률은 10% 중반에 그친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2014년 이후 매년 6조~12조원 정도씩 계속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투자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가 거세진 올해는 중국 정부 계열의 펀드와 지난해 문을 연 주식 시장이 반도체 기업들에 약 1440억 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총 투자액(약 640억 위안)의 2.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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