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강력한 보호 무역정책으로 한국의 대체 수출 시장이 필요한 가운데, 베트남이 한국 반도체의 주요 수출 시장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이코노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수입 제한 조치가 한국의 수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근 조선일보가 84개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129개 사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시아연합, ASEAN)은 중국과 미국을 대체할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꼽혔다.
베트남은 현재 한국 기업들의 중요한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은 특히 전자조립과 반도체 분야에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미국 전문가들도 애플, 폭스콘, 인텔 등 대기업의 생산 전환으로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내 선도적인 기술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에 따르면 한국의 중간재가 가지는 경쟁력이 아세안, 특히 베트남을 더욱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는 한국 수출에 큰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중 하나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국의 고부가가치 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부문 역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세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뛰어난 제품 덕분에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외에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과의 생산 활동을 촉진하고 무역 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감시를 비교적 덜 받기 때문에 치열해지는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아세안 지역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변화와 동남아시아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미국 등 전통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고 있다. 베트남과 같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한국의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략 기술 부문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VN이코노미는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