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 충격,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연일 임기 최악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6개월 남겨두고 경쟁자인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간격은 최대로 벌어진 상태다. 뉴욕 월가와 국제시장은 트럼프와 바이든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당혹감과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월가 긴장감 역력 "바이든 '민주당' 정권은 주식시장 악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전에 뉴욕 월가는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과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민주당의 미국 백악관 입성을 반기지 않는 것이다.
24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급락한 것을 두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감과 함께 대선 리스크가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주가 급락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자본시장에 친화적이지 않은 인물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현금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대형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보고서를 발간하고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면 법인세가 28%로 상승하면서 2021년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전망치가 170달러에서 150달러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모건스탠리는 바이든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 기조에 반대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차기 대권을 잡으면 주식시장은 반기업 정책 리스크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욕증시의 장기 강세장을 주도한 동력이다.
시장 분석 기관인 RBC 캐피탈 마켓이 107명의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75%가량의 응답자가 대선 결과가 코로나19 2차 유행보다 더욱 결정적인 시장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답했고, 60%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했다.
전날 블룸버그는 "국제사회가 향후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선 최근 11월과 12월물 외환 옵션이 10월물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엔화 변동성은 오는 11월부터 2021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던 당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대선 결과가 명확하게 판가름 나지 않을 경우도 고려 중이다. 그렉 앤더슨 몬트리올 은행 글로벌 외환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에서 "환시 트레이더들이 11월 대선의 재검표 등 미국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이날 보고서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할 확률이 분명하게 높아졌다"면서 향후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경기회복 △미·중 관계 △미국 내 시위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바이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선택 △코로나19 사태 속 투표율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