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부에서 시작해 현 정부에서 마무리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가 이달 29일 입주를 앞뒀다.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가 콘셉트인 만큼 널찍한 공동체 공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곳의 커뮤니티공간은 법정 기준의 2.5배인 약 3000㎡에 달한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이름 그대로 공공이 기금을 출연해 지원하지만 공급 주체는 민간인 아파트다. 앞단에 '협동조합형'이 붙은 까닭은 민간회사가 단순히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지어진 아파트를 운영할 '협동조합'까지 만들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안에는 아파트 입주민이 가입하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제 손으로 제가 살 공간을 꾸미는 아파트다. 그래선지 이곳 입주민들은 비록 임차인이지만 집에 대한 애정이 그 어떤 집주인보다 깊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시범적으로 선보인 모델이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회적 기업 '더함'은 기존에 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구 뉴스테이)에다 협동조합을 결합해 호평을 받았다. 건설사와 조율해 마진을 줄이더라도 커뮤니티공간을 알차게 꾸미는 편을 택했다.
협동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선 임대료와 별도로 입회비와 출자금(임대차 계약 해지 시 환급)을 부담해야 하고 84㎡ 타입의 경우 출자금이 4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생각보다 저렴한 임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더함 측은 위스테이 별내가 제공하는 '특별한 커뮤니티'는 해볼 만한 시도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더함 관계자는 커뮤니티시설 가운데 하나인 '동네카페'에서 "이곳에 있는 의자, 책상 모두 조합원의 손을 타지 않은 게 없다. 여기뿐 아니라 900평가량의 커뮤니티공간 전체가 그렇다"며 "입주민이 공간에 대해 갖는 만족도,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더함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좋은 일은 결국 입주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우리 단지엔 3040 유자녀 3~4인 가구가 많은 편인데, 유모차를 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곳의 입주자들은 자기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아이도 함께 키운다.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하는 일자리는 주민들의 또 다른 활력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일을 이웃이 해주는 만큼 보다 믿고 맡길 수 있고, '갑질' 등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 더함은 기대하고 있다.
더함 관계자는 "저 역시 아이 둘을 기르는 아빠로서 잠깐 장 보러 가거나 미용실 갈 때 두세 시간만 아이를 맡길 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이 '틈새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입주자가 원하면 마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마을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미 동네보안관(경비원), 동네벼리(미화원) 등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당구대, 다트,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마련된 '동네창작소', 동네 디제이가 음악을 틀고 주민들은 음악을 연습할 수 있는 '동네방송국', 취미로 목수일을 배울 수 있고 3D프린터까지 활용할 수 있는 '동네목공소' 등도 마련돼 있다.
동네책방 역시도 입주민이 관장을 맡는다.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일도 주민이 한다. 박모 조합원은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을 추천하면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썼다.
기꺼이 운동주치의를 맡아준 이모 조합원은 현재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피트니스클럽 프롬더바디를 운영 중인 전문가다. 보다 전문적인 PT를 원하는 주민은 월 5만원 정도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1회 수업에 수만원을 요구하는 일반 PT와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더함은 경기권에서 별내뿐 아니라 고양시 지축지구에도 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모델의 아파트를 계속 공급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한다.
더함 관계자는 "위스테이 별내의 월세(커뮤니티 사용료 제외)는 2년에 최대 5% 오른다"며 "임차인은 이런 조건으로 최대 8년간 안정적 주거를 보장받지만, 우리 사업이 근거하는 민특법(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8년 이후'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는 건 크나큰 고민거리"라고 했다.
또 "우리가 바라는 건 (의무) 임대차 기간이 8년보다 길어지는 것, 임대료가 지금보다 낮아지는 것이 전부"라며 "정부가 더함을 뽑지 않아도 좋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주지 않아도 좋다. 다만 (사업자가) 임차인을 배려하는 방안을 많이 담을수록 (공모에서) 높은 평가를 받도록 구조를 다시 짜달란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