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구(삼성동·청담동·대치동)와 송파구 잠실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과 잠실 마이스(MICE) 단지,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 대형 호재가 예정된 지역들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부가 또 한 번 개발 수혜지역을 '콕 찍어줬다'"며 "해당 지역 신축 아파트는 국가가 공인한 '한정판'이 된 만큼 몸값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자격도 까다로워진다. 기존에는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실거주하지 않아도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어 조합원 자격을 사고 파는 행위가 가능했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 분양신청자격이 '2년 이상 실거주'로 강화됐다. 당장 대치동 은마, 압구정 현대 등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아파트 단지들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강남과 잠실권 신축, 재건축(조합설립 완료) 아파트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삼성동과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아파트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달 새 수억원이 뛴 상황이다.
개발 수혜가 집중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최근 실거래가는 22억6100만원을 기록해 지난달 초(19억6400만원) 대비 3억원 올랐다. 매물 호가는 24억~25억원 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잠실 엘스아파트 84㎡도 일부 급매가 빠지면서 한달 만에 19억~20억원 선을 회복했다. 리센츠 84㎡와 트리지움 84㎡의 최근 실거래가도 각각 20억원, 17억8000만원으로 전고점을 회복했다.
삼성동에서는 알짜 매물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펠리스 전용 91㎡는 지난달 30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1년 전(2019년 6월)보다 5억원 오른 가격이다. 삼성역 인근에 있는 래미안 삼성1차 아파트는 지난해 6월 84㎡가 19억원에 거래된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물이 단 한 건 도 없다. 19억원에 거래된 8층짜리 해당매물도 지난해 이 단지에서 거래된 유일한 물건이다.
청담역에 위치한 삼성동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84㎡ 매물이 지난달 22억1000만원에 거래돼 1년 전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다. 9호선 봉은사역 인근에 위치한 삼성동 풍림1차 아파트 59㎡의 경우에도 지난달 14억9900만원에 거래돼 1년 전(12억5000만원)보다 2억4900만원 상승했다.
잠실동 A부동산 관계자는 "종합운동장 옆 알짜 단지인 엘스와 리센츠 로열동은 급매물이 거의 다 빠졌고, 장기적으로 이들 지역은 대형 호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빠른 속도로 최고점을 회복하고 있다"면서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책으로 투자지역이 한층 모호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세차익이 높은 서울 특정 지역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도 "삼성동 아파트는 가격이 워낙 높았고, 대형 개발 사업 이슈가 나오면서 오름세가 매우 커 이제 가격 상승폭을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면서 "최근 2~3년 전부터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샀고,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시장도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