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애쉬모어그룹과 코엘리자산운용 등 주요 프런티어마켓 펀드 운용사들도 베트남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국내 투자자들의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베트남 증시는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베트남 호찌민증시 VN지수는 3월 저점에서 26% 뛴 상태다. 5월에는 한 달 상승률이 13%에 달해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베트남 증시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의 누적 확진자는 334명에 그친다. 이웃국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4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온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 결과 베트남은 4월부터 봉쇄령을 풀고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또 베트남 정부는 은행 대출을 구조조정하고 대출 이자를 삭감하거나 면제하고 근로자들에게 62조동(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풀면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경제 회복을 가속하기 위해 공공 투자를 앞당기고 행정 개혁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베트남은 올해에도 플러스 성장이 기대된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22일 베트남 경제 성장률이 4~5%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아시아에서 베트남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앤드루 브루드넬 애쉬모어그룹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코로나19 사태에서 강력한 대응과 정부의 투자 가속이 베트남 경제 전망을 밝게 한다"면서 현재 운용 중인 770억 달러(약 93조원) 규모의 프론티어 마켓 펀드 가운데 베트남 비중을 최대로 키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이후 베트남 투자액을 50% 늘렸다고 한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코엘리자산운용 역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프런티어마켓 포트폴리오 가운데 베트남 비중을 올해 초 18.6%에서 최근 25%까지 높였다.
사실 베트남은 일찍부터 미중 갈등의 수혜국으로 꼽혀왔다. 미중 갈등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제조업 기지로 베트남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애플 역시 중국에 있던 에어팟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베트남 동 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동은 미국 달러 대비 올해 0.3% 하락하면서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선방했다. 아시아프런티어캐피탈의 루치르 데사이 펀드매니저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탄탄한 외화 보유액이 베트남 동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프런티어마켓 펀드매니저들이 베트남 소비자기업에 대해선 매수를 추천했고 부실채권을 우려해 은행주에 대해선 경계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애쉬모어그룹은 산업자제와 부동산 종목 비중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