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A)가 지난 2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흥행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총 800억원 모집 예정이었으나 278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트렌치별로는 600억원 규모 3년물에 1780억원, 200억원 규모 5년물에 1000억원이 모였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하이트진로의 흥행으로 시장에서는 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소 낮은 등급인 A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줄어들었다.
앞서 회사채 발행에 나선 A급 기업들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행에 나선 700억원 규모 A+급 영구채 모집에 110억원이 모이는 데 그쳤으며, A-급 건설사 현대건설기계가 모집에 나선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50억원 모집에 그치면서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슬슬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심도 슬슬 회복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와 같은 날 200억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BBB+급 건설사 한양도 250억원을 모집하면서 수요확보에 성공했다. BBB급 회사채가 시장에 나온 것은 두 달 만이며, 수요 확보에 성공한 것은 지난 2월 말 한신공영 이후 약 네 달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비우량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정책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채권안정펀드가 A+등급의 여전채를 매입할 수 있고 6월말부터는 P-CBO 매입대상에 A-등급 이상의 여전채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여전채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다만 이번 하이트진로가 발행하는 회사채는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자체 호재로 오버부킹을 이끌어 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출시한 맥주 ‘테라’의 흥행으로 맥주부문이 흑자로 전환됐으며, 이에 힘입어 신용등급에서 ‘부정적’ 꼬리표를 떼어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아직 A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회복된 것으로 판단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의 지원 정책이 시작된 만큼 투자 심리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지원 정책 규모가 회사채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규모”라며 “5월 이후 연말까지 회사채·여전채 만기 규모는 약 42조원 규모인데, 직접적인 회사채 시장 지원 규모도 56조원 규모”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