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문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초 부산에서다. 1991년 5월 부산 광안리와 충무동에 개업한 노래연습장이 시초라고 알려졌다. 유흥주점 안에서 즐기던 가라오케와 달리 문턱이 낮았던 노래방은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즐길 수 있었기에 삽시간에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고, 노래방은 직장인과 주부, 학생 할 것 없이 국민이 여가를 즐기는 '놀이터'가 돼 주었다.
노래방은 단순히 '노래'만 부르던 공간은 아니었다. 철수는 실연의 아픔을 달랬고, 노래를 잘하는 영희는 이곳에서 '자존감'을 높였다. 수정이는 노래방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연이는 친구들과 더 친밀해지기 위해 노래방을 찾았고, 노래방 안에서 서로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1990년대 중반에는 노래방 설비는 고급화됐고, 템포·코러스·음역 설정 등 다양한 기능도 탑재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카페형 럭셔리 노래방까지 등장하며 젊은 층을 사로잡았고, 노래방은 일상이 됐다. 누구든 마이크만 잡으면 '가수'가 됐다.
'코인 노래방'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 방과 후 삼삼오오 코인 노래방을 찾아 서로의 가창력을 뽐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코인 노래방은 2000개가 생겨나며 노래방산업 침체를 막았다.
하지만 노래방 문화의 활기는 점점 꺾였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여가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블루투스 마이크가 등장하며 굳이 노래방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한몫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노래방 문화는 급격히 쇠퇴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노래방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고위험시설'로 분류하고 운영자제 권고 조치를 내리면서 가파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 노래방업도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 시대의 흐름,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지 못하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택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노래방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공기질과 내부 위생 관리, 노후화 인테리어 교체, SNS 연계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인터넷 기반 TV(OTT) 서비스를 구성해 국경과 문화를 넘어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며 "노래방에서도 글로벌 노래반주 및 댄스 플랫폼을 구성해 새 시장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실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