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선박 설계·건조기술력을 무기로 이번엔 수주 쾌거를 올렸지만, 그간 국내 조선 3사는 시진핑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지켜봐 왔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비해 기술력은 4~8년이나 뒤처진 중국 조선사들이 최근 잇달아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는 비결은 다름 아닌 ‘선박금융’ 파워에 있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 선가의 60%에 대해 금융을 제공한다. 해양플랜트는 건조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중국 내 건조 비중이 50%가 넘는 프로젝트의 경우 선수금 대출을 해주고, 중국 내 건조 비중이 15% 이상일 경우 연지급 방식의 대출을 지원한다.
이런 과감한 지원책 덕에 중국은 최근 글로벌 선박금융 시장에서도 유럽을 제치고 1위 국가로 도약했다. 앞서 1위였던 독일은 2010년에는 시장 점유율 35%였으나, 2018년에는 12.8%까지 비중이 낮아졌다. 중국은 같은 기간 6.9%에서 15.3%로 점유율을 확대해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로 인해 향후 LNG 수주전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막강한 선박금융을 앞세운 중국 조선업체에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업계는 최근 중국에서 유일하게 LNG선 건조가 가능한 후동중화조선소가 최근 카타르 1차 발주 물량 16척을 따낸 것에 주목한다. 중국 정부와 은행이 외국 선주를 상대로 신용보증과 선가 절반 이상의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후동중화조선소는 그간 선박 건조에서 기술적 결함을 여러차례 지적당한 바 있다”면서 “리스크가 있음에도 발주처가 거부할 수 없는 중국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책 덕에 최근 LNG선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만간 있을 러시아 ‘아틱(Arctic)2 프로젝트’에서도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선박금융을 앞세워 수주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LNG 운반선은 국내 조선 3사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90%가량 점유, 사실상 싹쓸이 수주를 이어왔다. 2004년부터 4년간 카타르발 LNG 운반선 53척을 수주했고, 이번에도 100척 이상 수주를 따낸 것도 기술력이 주효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처럼 과감한 선박금융 지원이 없이 기술력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실 경영의 낙인’이 찍힌 조선사들에 대해 국책은행이 유독 엄준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면서 “압도적 기술력으로 꾸준히 수주를 이어가는 업체들에 대해서라도 과감한 금융 지원이 따라줘야 조선업 부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