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급등, 환율 전쟁인가 예고된 수순인가

2020-05-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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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미·중 갈등 격화에 약세, 中 용인 분석도

환율조작국 극도 기피, 급등시 개입할 것

[사진=연합뉴스 ]


중국의 위안화 고시 환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탓이지만,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환율 전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환율 조작국 지정을 극도로 꺼렸던 중국의 기존 행보를 감안하면 위안화 약세 기조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환율은 7.1293위안으로 전날보다 0.12% 올랐다.

이틀 연속 급등세로 이날 고시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 중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15위안을 웃돌 정도로 약세를 보인 이유는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등 미국과 맞서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위안화 약세 요인"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반면 미국의 무역 적자폭을 키울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환율 전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인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게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 고시 환율을 기준으로 상하 2%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미·중 관계는 위안화 환율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장 중 위안화 환율이 7.16위안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위안화 환율 급등을 환율 전쟁의 서막으로 보는 건 다소 섣부른 관측이라는 반론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 실시를 공언하면서 위안화 약세는 예고된 수순으로 볼 여지가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적자율을 2.8%에서 3.6%로 0.8% 포인트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1조 위안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과 3조75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계획도 밝혔다. 대형 인프라 투자 등을 위해 시중에 위안화가 대거 풀리면 화폐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수차례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한 것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약세가 이로운 것만도 아니다. 외자가 대량 유출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리스크 방비를 3대 정책 과제로 내세우는 중국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할 리 만무하다.

결국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인민은행 등 중국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이 직접 개입할 만한 환율 수준을 달러 대비 7.3~7.4위안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중국 내 한 한국계 은행 임원은 "중국이 꺼리는 게 환율 조작국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이라며 "정치·경제적 상황을 지켜보되 관리 폭을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8월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발생하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됐다가, 올 초 미·중 간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계기로 지정 철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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