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상인 교수 "코로나19 대책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2020-05-2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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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걸쳐 23조 넘는 추경..."규모 대비 효과 미흡"

'한국판 뉴딜' 한국 경제구조 바꾸는 데 초점 맞춰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대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충격을 크게 받은 사람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어려움이 큰 사람에게 지원금을 집중해야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1차 충격은 항공·운수 등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됐고 제주도와 대구·경북, 프리랜서·서비스업종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이와 달리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느끼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2차 추경에서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며 "3차 추경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1차 추경 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을 구제하거나 업종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안일하게 시작했고, 2차 추경 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지급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1차 추경 때 11조7000억원, 2차 추경 때 12조2000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1~2차를 합치면 23조원이 넘는다. 절대 작지 않은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코로나19 대응 측면에서 재정 집행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것이 바로 3차 추경이 불가피한 이유다. 박 교수는 "3차 추경에선 타깃팅을 해서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의 스마트한 재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컨틴전시 플랜 갖춰야...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이 관건

3차 추경이 끝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추가 추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계획)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현 상황에서 재정 여력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진단했다.

연이은 추경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3차 추경이 마무리되면 국가채무비율이 4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고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11.4%였다. 

박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이 10%대였던 때 경제 위기가 닥쳤다"며 "절대적인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과거와 비교해 악화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고 있다"면서 "급속하게 재정적자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반드시 수치가 낮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정 적자를 우려하기보다는 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3차 추경에선 무엇보다 고용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고용 한파로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술인 등에 150만원(50만원×3개월)을 지원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과 휴업·휴직을 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휴업·휴직 수당의 90%를 지원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근로자로선 월급의 70%를 받는 것과 50만원을 받는 것의 차이는 크기에 휴직 수당을 선호한다"며 "반면 사업주는 회삿돈이 들어가는 휴직 수당보다 무급휴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 종사자는 무급 휴직과 퇴사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는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3차 추경에선 고용 유지에 들어가는 액수와 고용 악화로 충격을 받는 사람에게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차 추경에서는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고, 고용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코로나19 정책, 청와대 정책실이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코로나19 경기 활성화 대책은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공무원들이 이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창의적이고 대담한 정책을 주문했다. 이 역할은 청와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실에서 하는 게 바르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이 장관급인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창의적인 정책을 강구하지 못하면서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책 구상은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하고 공무원은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포스트 코리아'에 대비하겠다며 내놓은 '한국판 뉴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한국판 뉴딜은 표지만 바꾼 '올드 딜'이라는 게 골자다.

그는 "뉴딜 정책의 핵심은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서 미국이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가 뉴딜을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로만 이해하고 SOC에 디지털을 접목한 디지털SOC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계 상황에 이르는 체제를 바꾸는 개혁을 해야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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