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무역갈등이 10개월을 훌쩍 넘긴 가운데 이번 갈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화수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 스텔라케미화가 최근 발표한 2019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순이익이 전년도 대비 18%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0일 보도했다. 이 업체는 "한국 수출 방식을 재검토한 뒤 반도체·액정용 불화수소 수출 판매가 감소했다"며 실적 악화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스텔라케미화가 생산한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인 솔브레인의 제품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부 공정에서 한국 내 조달이 가능한 저순도 불화수소를 쓰기로 했다. 이로 인해 스텔라케미화의 주력 상품인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작년도 출하량은 전년도보다 약 30% 줄었다.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업체인 모리타(森田)화학공업도 수출규제 반년 만에 한국에 대한 수출을 재개했지만 고전하고 있다. 한국으로 가는 판매량이 수출규제 강화 전과 비교해 30% 정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리타화학공업 관계자는 "한 번 뺏긴 것은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일본 제품은 고품질·저가격·안정적 공급 등을 내세워 세계의 주요 액상 패널이자 반도체 제조업체를 사로잡았다. 닛케이는 "수출 규제 강화가 이런 관행을 흔들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간 대립 속에 일본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