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오는 22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방예산 증액률을 지난해(7.5%)보다 높은 최대 9%대를 요구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보도했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외교, 산업, 무역 분야로까지 확산되며 고조된 가운데, 중국의 국방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홍콩 등에서 독립 요구가 커지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군사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게 군부의 주장이다. 실제로 재선에 성공해 20일 2기 임기를 시작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강요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각을 세웠다.
아울러 군부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인민해방군이 맡은 역할과 청년실업 해결 등을 위해서도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세계 경기와 중국 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비 대폭 증액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중국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스가 중국내 군사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국방비 증액은 3~6%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매체는 군사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은 약 3% 증액을 점쳤고 1명은 5~6%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3명은 예측이 어렵다며 신중론을 보였고, 2명은 감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군사전문가 리제(李傑)는 "지난해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소폭 증가할 것"이라면서 "일부 낙관적 국내총생산(GDP) 성장전망치가 2~3%인 점을 감안하면 국방예산도 비슷하게 증가할 것이다. 최종지출은 실제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매년 전인대에서는 연간 국방 예산을 밝혀왔다. 중국은 지난해 1조1800억 위안(약 203조원)을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한 해 전보다 7.5% 늘어난 액수다.
중국은 세계 2대 국방비 지출 국가지만, 1위인 미국과 격차는 아직 크다. 미국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7320억달러(약 898조원)였다. 다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중국의 2019년 방위비를 2610억달러(약 320조원)로 추산하는 등 중국의 실제 국방비가 공식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