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의 맞수인 중국 택배업계 1위 순펑택배는 곧바로 중국 국가우정국(우체국)과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5일 저녁 순펑택배와 국가우정국 산하 스마트 택배보관함(무인택배함) 업체인 펑차오와 쑤디이가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최근 중국 택배업계에서 터져 나온 중대 소식 두 가지다. 중국에 '물류 제국'을 세우려는 알리바바와 여기에 맞서는 라이벌들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걸 보여줬다.
◆ 중국 택배업 생태계 놓고 경쟁하는 '빅3'
154조원에 달하는 중국 택배 시장을 놓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택배업체 지분을 잇달아 인수하며 '물류제국'을 세우려는 알리바바, 중국 택배업계 1위 왕좌를 지키려는 순펑택배, 그리고 새롭게 택배업에 뛰어든 중국 2대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이 바로 '택배 삼국지' 속 주인공이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속 온라인 쇼핑이 팽창해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배업계에서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내 택배건수가 올해 770건, 매출이 9000억 위안(약 154조원)에 달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택배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이미 2014년 이후 택배건수로는 전 세계 택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택배 단가가 워낙 싼 탓에 매출로는 미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 '물류제국' 건설하는 알리바바
중국 물류택배 업계 강자는 알리바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기도 한 알리바바는 급증하는 온라인쇼핑 수요를 등에 업고 2013년 차이냐오라는 물류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물류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차이냐오는 직접 택배를 하는 회사는 아니다. 일종의 국내외 물류 창고와 택배업체들을 한데 모은 물류 데이터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차이냐오와 제휴한 외주 택배업체에 배송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가 얻고자 한 건 물류 데이터다.
그런데 최근엔 직접 물류택배 사업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까지 '중국 국내 24시간 이내, 해외 72시간 이내' 제품 배달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 물류망 구축을 실현할 것이란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스마트 물류에 1000억 위안을 투자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차이냐오를 적극 키우고, 택배업체 지분도 야금야금 매입하는 이유다. 알라바바의 든든한 투자에 힘입어 차이냐오는 이미 기업가치 1300억 위안으로 전 세계 물류업체 중 몸값이 가장 비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국내 물류·택배 업무의 70%가 차이냐오를 통해 이뤄진다는 통계도 있다.
알리바바는 순펑택배를 제외한 나머지 2~6위 택배업체와 ‘알리바바 물류 생태계’도 만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의 자가 물류망 구축 움직임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에 빗대기도 했다.
◆ 알리바바에 맞서는 '중국판 페덱스'
알리바바에 도전장을 내민 건 '중국판 페덱스'라고도 불리는 중국 택배업계 1위 순펑택배다. 피치에 따르면 순펑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알리바바와 협력했으나 2017년 물류데이터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알리바바와 연을 끊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동안 구축한 촘촘한 물류망이 중국 대륙을 거의 100% 커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지난 2017년 2월엔 중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라는 전자상거래 공룡과 대적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때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던 순펑택배는 최근에 성장 정체기에 놓였다. 전자상거래를 배경으로 한 알리바바에 맞서 택배업만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기엔 한계에 맞닥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펑택배의 올 1분기 매출은 3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비 40%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 순익은 9억 위안으로 28% 넘게 하락했다. 순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장기 대출액이 약 69억 위안으로, 2018년말 10억 위안에서 6배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징둥도 최근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징둥은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대 전자상거래업체다.
징둥은 그동안 내부적으로만 운영하던 물류 택배사업을 대외 개방했다. 2017년 4월 '징둥물류'를 아예 독립적인 택배업체로 따로 떼내고, 2018년 10월부터 중국 주요도시에서 택배 배달을 하고 있는 것. 산하에 거느린 배달원만 10만명이다. 올해까지 중국 대다수 현(縣)급 이상 지역에 24시간 내 배달하는 게 목표다. 특히 징둥물류는 5년 내 징둥 전자상거래 플랫폼 밖에서 이뤄지는 택배 배달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고, 10년 내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스마트물류가 대세···무인배송, 무인택배함 등 사업 집중
알리바바, 순펑, 징둥 세 업체의 경쟁구도 속 중국 택배업계는 스마트 물류, 콜드체인 등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우선 미래 스마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업체마다 거액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순펑택배는 매년 매출의 1~3%를 R&D에 투자한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36억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3%를 웃돌았다.
특히 순펑택배는 무인택배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산하에 운영하는 펑차오는 3월말 기준, 100곳이 넘는 중점도시에서 5만7000개 이상 물류기업과 손잡고 17만8000개 무인택배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중국 무인택배함 시장의 44%를 점유하고 있는 펑차오는 최근 경쟁업체 쑤디이와 손잡으며 사실상 시장의 70%를 장악하게 됐다. 중상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무인택배함 시장은 2015년 69억 위안에서 올해 310억 위안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징둥은 로봇과 드론(무인기) 배달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8년 6월 무인 배달 첫선을 보인 징둥은 1000㎞ 반경 이내서 5t 중량의 소포를 드론으로 배달할 수 있다. 조만간 6000㎞ 반경 이내서 60t 중량 물품도 배달 가능한 중형 무인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쓰촨성, 산시성 등 100여곳에 무인기 공항을 세워 각 지역 농산품이 24시간 이내 도시로 배달이 가능하도록 물류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