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성공비결은 클라우드] ① NBP, 50여명 밤새가며 e학습터 확장... "비용 생각지 말고 국가와 학생의 일에 총력 지원"

70여년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처음 시행된 온라인 개학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자 교육부는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내달 1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의 오프라인 개학 일정을 발표했다. 온라인 개학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3월 31일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자 업계의 반응은 '과연 가능할까?'였다. EBS 온라인클래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 등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통한 온라인 개학이 4월 9~20일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약 600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학생과 선생님이 한꺼번에 몰리자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하지만 두 공공 LMS는 두세 번의 장애 후 급격히 안정화됐다.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온라인 개학 기간에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교육 상황을 평가하는 온라인 교실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냈다.

성공적인 공공 LMS 구축과 운영 뒤에 국내외 IT 기업의 노력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국내(로컬) 클라우드 사업자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과 전 세계 1위(인프라+소프트웨어 기준) 클라우드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두 회사는 e학습터(NBP)와 온라인클래스(MS)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개학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공공 LMS 규모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지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온라인 개학을 남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일, 학생의 일"로 여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응이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급박했던 30일간의 상황을 박기은 NBP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문 부장에게 들었다. [편집자주]

 

박기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최고기술책임자. [사진=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제공]
 

Q. 네이버가 온라인 개학을 위한 TF에 합류한 시기는?

2월 KERIS의 연락을 받고 온라인 개학을 위한 TF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온라인 개학을 염두에 두고 합류한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개학이 미뤄짐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온라인 학습 시스템의 규모만 확대할 계획이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TF에 합류하고 2주가 지나자 온라인 개학에 관한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KERIS와 NBP는 e학습터를 공공 LMS로 활용해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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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온라인 개학을 위해 네이버는 어떤 준비를 했나?

e학습터는 원래 방과후 초등학생의 온라인 교육과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만든 서비스다. 하루 이용자가 많아봐야 4만~5만여명 수준이었다. 300만명에 달하는 전국 초등학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든 네이버 서비스는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등 시스템에 병목현상이 없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e학습터는 아니었다. NBP는 e학습터 운영을 위한 서버만 클라우드로 제공할 뿐, 실제로 e학습터를 만든 업체는 따로 있다. 온라인 개학을 2주 앞두고 e학습터를 재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수 없다면 숫자를 늘리면 된다. 그래서 기존 e학습터를 복제해 여러 개의 e학습터를 만들었다. 당시 1개의 e학습터가 4만~5만명의 학생을 감당할 수 있었다.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 위에 7개의 e학습터를 만들어 1차 온라인 개학 당시 접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40만~50만명의 학생을 감당하기로 했다. 들어오는 학생을 서울, 부산, 경기도 등 권역별로 분리해 7개의 e학습터에 나눠서 접속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1차 온라인 개학 이후 e학습터 구조 최적화도 함께 진행했다. 1개의 e학습터가 최대 10만명의 학생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3차 온라인 개학 이후 300만명의 학생을 감당하려면 30개의 e학습터를 만드는 게 맞지만, 너무 과도하게 서버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란 내부 지적이 나왔다. 실제 접속하는 학생의 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접속 데이터를 분석해 3차 온라인 개학 이후 150만명 정도의 동시 접속자 수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별 접속자 수 차이도 고려해 최종적으로 12개의 e학습터를 만들고 2차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Q. 온라인 개학 당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하루하루가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2차 온라인 개학 당시 e학습터에서 로그인 오류 현상이 일어난 것과 e학습터와 연계된 서비스인 '위두랑'이 멈춘 것이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선생님들이 e학습터에 대용량 교육 자료를 올리자 CDN(콘텐츠 서버)에 과부하가 일어나기도 했다.

Q.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가 내놓은 해결책은?

2차 온라인 개학 당시 e학습터에는 5분 동안 150만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렸다. 들어오려는 학생은 많은데 매표소(로그인 서버)는 1개뿐이니 학생들이 제때 들어가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뒤에 준비한 150만개의 좌석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천만다행으로 e학습터의 로그인 서버도 확장이 불가능한 구형 서버(온프레미스) 대신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었다. 로그인 서버의 숫자를 순식간에 4배로 늘려 병목현상을 해결했다. 로그인 서버를 늘린 덕분에 3차 온라인 개학은 학생들이 병목현상 없이 e학습터에 로그인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말해 당시 TF에선 위두랑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때문에 e학습터 규모 확장에만 집중하고 위두랑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이 위두랑을 보조 LMS로 활용하고 계셨고, 결국 2차 온라인 개학 때 위두랑 서비스가 멈추는 장애가 일어났다. 결국 TF는 5개의 위두랑을 만들고, 위두랑 초기 접속페이지도 e학습터처럼 학생과 선생님이 권역별로 나뉘도록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e학습터는 선생님들이 최대 1GB 용량의 학습 자료를 올릴 수 있다. 자료의 용량이 큰 만큼 CDN에 많은 부하가 걸리는 구조다. 이용자가 적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용자수가 최대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문제가 터졌다. 300만명이 학습 자료에 접근하려면 CDN이 6TB(테라바이트)의 대역폭을 갖춰야 한다(초당 2MB 스트리밍 기준). 국내 어떤 회사도 이런 대역폭의 CDN을 갖춘 회사가 없다.

이에 NBP가 CDN의 대역폭을 2TB까지 증설하고, 동영상의 화질을 낮춤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선생님들이 대용량 동영상 파일을 올리면 원본 파일은 따로 보존하고 동영상 화질을 SD급으로 낮춰서 송출함으로써 CDN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했다.

Q. 온라인 개학을 지원함으로써 네이버가 얻은 것은?

추후 정산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손해만 봤다(웃음). 박원기 NBP 대표가 비용을 생각지 말고 국가와 학생의 일에 NBP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 개학이 결정된 후 약 50명의 NBP 직원이 TF로 파견되어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처음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프라만 제공하기로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TF에서 총대를 메고 e학습터 구조 개선 작업에도 참여했다. 30~40명의 인력이 제때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을 새워가며 e학습터 규모를 확대하고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해결했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졸지에 SI(시스템 통합)와 솔루션(해법 제시) 사업에도 나선 셈이다.

e학습터는 공공 서비스라 보안이 더 뛰어난 공공 클라우드 존에 구축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도 많은 NBP 직원이 밤을 새워가며 공공 클라우드 존의 규모를 확장했다. 오늘은 서버, 내일은 네트워크, 모레는 스토리지 같은 형태로 작업해 공공 클라우드 존의 규모를 급격히 키웠다.

굳이 얻은 것을 꼽으라면, 정부가 클라우드를 대하는 인식이 바뀌었다. e학습터를 처음부터 클라우드에 구축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개학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개학 이후 일선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클라우드 이용에 관한 문의가 급증했다.

Q. 오프라인 개학 이후 e학습터는 어떻게 되는가?

클라우드의 강점은 유연한 서비스 확대 및 축소에 있다. 불과 4만~5만명만 이용할 수 있었던 e학습터를 3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키웠으니, 이제 다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TF에 남은 인원들이 접속자 수를 고려해 e학습터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KERIS와 협력해 오프라인 개학 이후에도 접속자 수를 고려해 e학습터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계획이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