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포스트 코로나’ 변화속에서 승리하는 법

2020-04-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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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무하는 예측이나 분석에 지나치게 민감하면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도 있어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벌써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예측으로 연일 혼란스럽다. 마치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섣부른 전망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갈피를 못 잡을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을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정리해 보면 하나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간의 명암이다. 자칭 타칭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세 치 혀끝대로 과연 세상이 크게 바뀔까? 당연히 맞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아닌 것도 분명히 있다. 자칫 이들의 주장에 솔깃하여 파격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의외의 낭패를 당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위기가 닥치면 대부분이 괴롭지만 의외로 이러한 시기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축적된 노하우나 경험적 측면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의 이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있는 반면에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는 구심력이 공존한다. 기회를 잡는 자들은 이에 대한 예측력과 분석력에서 남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코로나 매를 먼저 맞은 중국이나 한국을 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몰려든다. 중국의 경우는 쇼핑 매장이 다시 문을 열면서 ‘보복적 소비’가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소비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렇듯 글로벌 경제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에 대한 찬반도 많다.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탈(脫)·반(反)세계화다. 방역으로 확대된 각자도생, 국가 이기주의 등이 이를 더 부추길 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세계화의 내용이 다소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국가 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경우 세계화로 생겨나는 이익을 부정할만한 대안이 없다. 글로벌 공급·가치 사슬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집중에서 분산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코로나 수습 국면에 들어간 중국이 가장 먼저 밖으로 치고 나온 것도 역(逆)세계화의 타깃으로 고립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반작용이다.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방역이나 경제 재생(再生)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부의 비대화다. 이는 자연스럽게 포퓰리즘으로 연결된다. 코로나로 인한 각국 정치 지도자의 득실이 뚜렷하다. 높아진 지지력을 배경으로 더 큰 퍼주기라는 선심성 재정 확대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면서 현재 세대에 당근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책인 것처럼 호도한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혹독한 세월을 보낸 일본의 사례는 이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의 일본화(Japanification)’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금 살포의 생산성과 민간의 활력 제고가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허사로 끝날 공산이 크다. 각국 정부 간의 포퓰리즘 경쟁도 멀지 않아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보수적일 필요는 없지만 처한 환경이나 여건에 맞는 전략적 포지셔닝 확보가 중요

한편으론 뜨는 산업, 지는 산업을 제시하면서 코로나로 세상이 완전히 뒤집힐 것이라고 부추긴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를 두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탈(脫)오피스, 대면 관행의 종말 등이 거론된다. 원격 혹은 재택근무나 교육의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회적·신체적 거리 두기의 확산으로 완전히 다른 신종(新種) 비즈니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새로운 것들도 아니고 이미 있는 것들이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러한 예상들이 맞아떨어지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백신 개발이 지연되거나 팬데믹 현상이 상시화되는 경우다. 그렇지 않다면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은 여전히 강하다.

궁극적으로 문제는 어디에 중심을 두고 움직여야 하는 점으로 귀결된다. 그것이 코로나 이후에 나올 경제 전쟁에서 승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개인 모두가 처하고 있는 현실적 환경과 여건이 다르다. 어느 포지션에 위치해야 최소한 위기에서 살아남고, 더 나아가 기회를 선점할 수도 있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부류의 한발 앞선 트렌드 예측이나 분석에 현혹되어 어설픈 결정을 하고 따라가면 낭패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나치게 보수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민감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함과 진지함, 그리고 내생 혹은 외생 변수들을 종합하여 자신에게 맞는 전략적 사고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빠르면 2분기가 위기의 꼭짓점이 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3분기나 연말까지 갈 수도 있다.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글로벌 경제 주체들의 몸부림도 계속 가속화될 것이다. 당장은 풀리는 돈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생필품이나 의료 장비나 용품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방역에서 탈출하는 국가일수록 경제 회복과 관련한 제조·서비스업을 비롯해 인프라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나 지역 혹은 기업별로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원칙과 상식, 그리고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면 우리에게 승산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과욕을 부리다간 올 기회도 비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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