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3년 만에 복원되는 동해북부선…"통일로 한 발자국 더"

2020-04-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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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2년 만에 남북철도 연결 본격화

6.25 때 끊어진 강릉~제진 구간 110km 건설

부산에서 두만강·모스크바·베를린·파리 한 길

"통일이 빨리 됐으면 하는 염원으로 어젯밤 기차를 타고 왔어요. 이번 계기로 통일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7일 오전 11시경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참석한 신현승 씨(70)는 이같이 말했다. 인천에서 먼 길을 달려왔다고 한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고 말한 지 꼭 2년 만이다.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참석한 신현승씨(오른쪽 첫째)와 친구들이 '기다리다 목이 빠진 역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 김재환 기자]


이번 기념식은 정부가 내년 말까지 강릉~제진 110㎞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한 데 따라 열렸다.

이로써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두만강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평양과 베이징, 파리, 베를린으로 가는 유라시아 횡단열차 표가 마련됐다.

시민단체 ‘희망래일‘에서는 '기다리다 목 빠진 역장' 퍼모먼스도 선보였다. 지난 20년간 남한에서 북한으로 갈 수 있는 날을 염원했다는 의미다.

설정상 말을 할 수 없는 역장을 대신해 유영주 희망래일 동해북부선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남북철도 연결을 기다리다 목이 빠진 역장입니다"라고 외치며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으로 쓰인 제진역은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문 후속 조치로 2006년 완공된 역사다.

하지만 이듬해 이뤄진 두 차례의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북한으로 열차를 올려보내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제진역에서 북한 방향을 바라본 모습. 제진역은 6·15 남북공동선언 후속 조치로 2006년에 완공됐지만 현재까지 북한 방향으로 열차를 보낸 적이 없다. [사진= 김재환 기자]


황동엽 제진역 명예역장은 "금강산 관광으로 (이 지역이) 발전될 줄 알았는데, 철도가 멈춰 지역 산업들이 많이 죽었다"며 "이번이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성군 태생인 황 명예역장은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할 때 면접에서 "제진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이 이뤄질 날도 목전에 둔 셈이다.

지역주민 대표로 참석한 한명철씨는 "숙원이었는데, 이렇게 (동해북부선 복원 사업이) 이뤄지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라고 토로했다.

또 김은지씨(18)는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북한으로 갈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다"며 "통일도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정부는 동해북부선 복원 사업이 완료돼 부산부터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경제협력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원연구원은 동해권 관광과 남북관광 재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한 생산유발효과 4조7426억원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9188억원, 고용유발효과 3만8910명을 추산한 바 있다.
 

동해선 노선도.[자료 = 국토부]


국토부와 통일부 역시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강릉~제진 구간에 놓일 ’침목‘ 기증식에서 김현미 장관은 "다시 이어지는 동해북부선, 한반도 평화번영의 출발"이라고 썼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동해북부선 연결,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넘나드는 상상력의 시작"이라는 기념사를 남겼다.

다만, 남북관계 회복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철도만 연결된 채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방치될 수 있어서다. 통일부에 따르면, 아직 북한과의 철도 이용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

동해북부선 기념 승차권 가격은 61만5427원으로 책정됐다. 6·15 남북 공동선언과 4·27 정상회담을 기리는 의미가 담겼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 "원래 운임으로 따지면 120만원 정도인데, 반값 특가 상품"이라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동해북부선을 통해 평양과 베를린, 모스크바, 파리 등으로 가는 열차표 기념품.  [사진=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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