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너 나 할 것 없이 5월 초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우리도 이제 지쳤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떨어지자, 오는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제주도는 물론 국내 전지역에 여행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2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달 29일부터 최대 일주일간 18만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 기간 17만9000여명이 입도할 것으로 점쳤다.
대한항공은 연휴 기간 김포발 제주행 예약률이 91%까지 치솟았고, 일부 항공편은 매진됐다.
수요가 늘자 국내 항공사들은 이달 둘째주부터 국내선 운항 횟수를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하루 10회(왕복 기준)로 줄였던 김포∼제주 노선의 운항을 이달 둘째 주부터 하루 18회로 늘렸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주당 왕복 138회에서 187회로 늘렸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티웨이항공·에어서울 등 저비용 항공사 역시 국내선 회복세에 힘입어 4월 제주뿐 아니라 부산, 여수 등 국내선을 연달아 증편하고 있다.
예상 입도객 수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자 평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뛰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원 지사는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금연휴 기간 가급적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제주에서는 지역감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해 29일부터 연휴 기간 도지사와 제주 공직자들은 특별집중 근무를 하겠다”며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은 관광객의 자발적인 협조와 이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어 “증상이 있는 관광객은 제주 방문을 자제해 주고, 제주공항과 항만으로 입도하는 관광객들은 국경을 넘는다는 생각으로 강화된 방역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면서 “전방위적 지원 안내에도 증상을 숨기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밝혔다.
황금연휴 지역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비단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화리조트는 연휴 기간 산정호수와 해운대는 이미 만실이고 설악 쏘라노는 97%, 거제 벨버디어는 95%대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롯데 속초리조트도 예약률이 90%까지 치솟았다.
소노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쏠비치(양양·삼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원 고성 델피노와 홍천 비발디파크는 예약률 95%를 상회한다.
철도 예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기준으로 연휴 전날인 29일 저녁 시간대 경부·호남·전라선 하행선 KTX 열차와 30일 오전 시간대 경부·호남·전라·강릉선 하행선 KTX 열차의 좌석은 대부분 매진된 상황이다. 연휴 막바지인 다음달 3일 오후 시간대 상행선도 일부 매진된 상태다.
방역 당국은 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기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할 때”라며 “여행과 모임 등으로 거리두기가 느슨해질 경우 또 다른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5월 5일까지는 모임이나 여행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