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대출 92%가 가계·중기···지역경기 악화에 부실 가능성 점증

2020-04-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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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지역 점유율 높지만 거점 외 지역 경쟁력 낮아

올해 1년 만기 단기채를 발행하고 있는 지방은행은 여·수신의 상당 부분을 지방 고객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경기 위축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가계·중소기업에 대한 비중도 92%로 매우 높았다. 코로나19로 가계·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경우 연쇄적으로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2일 올해 1년 만기 단기채를 발행한 지방은행(대구 부산 경남 전북 광주)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지역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손익과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 이들 지방은행의 거점 지역 내에서 수신의 30%, 여신의 23%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 거점 지역에서는 웬만한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이나, 거점 지역 외부 경쟁력은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각 은행]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역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대구경북권의 경기가 큰 폭으로 악화됐으며, 호남권의 경기도 악화, 동남권(경남권)도 경기가 소폭 악화됐다고 진단을 내렸다.

특히 한은은 올해 1분기 대구경북권의 서비스업 생산 지수가 큰 폭으로 감소됐으며, 호남권과 동남권 역시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생산 지수도 전반적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줄었다.

 

[사진=한국은행]

이는 한은의 15개 지역본부가 지역 기업체와 관계 기관을 상대로 최근 생산·수요 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즉 지방은행의 주요 고객인 지역 서비스업·제조업자의 체감 경기가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가계·중소기업에 상당수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41조5984억원으로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82조8280억원으로 5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계대출은 48조4126억원으로 34.2%로 나타났다. 둘의 비중을 합치면 92.5%로 매우 높았다. 대기업은 5.1%(7조2619억원), 공공 및 기타는 2.2%(3조959억원)에 불과했다.

 

[사진=각 은행, 금융감독원]

최근 코로나19로 소비 위축이 본격화 되면서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가 늘고, 중소기업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부실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지방은행도 급격히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달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제주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 은행이 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가계·중소기업이 살아나야 지방은행도 힘을 받는 구조"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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