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GS그룹(上) 막 오른 4세 승계...'지분매입' 수싸움 치열

GS그룹 오너가 4세들이 지분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떨어진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명분과 함께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두고 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GS그룹은 오너가인 허창수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48.31%를 보유 중이다. 최근 GS그룹 오너일가 4세들은 지주회사인 ㈜GS의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했다.

GS 지분은 오너일가 대부분이 보유하는 데다 가족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어 향후 지분매입에 따른 자사주 보유분에 따라 후계 구도가 보다 선명해질 전망이다.

현재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오너일가 4세 중 사장 직함을 단 인물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세 사람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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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그룹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다. 허세홍 사장은 지난 2~3월 ㈜GS 주식 44만1110주(약 190억원)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그의 GS 지분율은 이달 8일 기준 2.28%로 높아졌다.

다음으로 높은 지분율은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확보한 상태다. 허준홍 사장는 GS칼텍스 부사장으로 있다가 부친(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회사로 이동하면서 GS그룹 승계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듯 보였다.

삼양통상은 GS그룹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만, 고(故) 허남정 창업주와 그의 장남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이 독립해 키운 피혁 가공회사다. 글로벌 스포츠기업 나이키 OEM 업체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허준홍 사장도 최근 꾸준히 ㈜GS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주식 10만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2.24%로 늘렸다. 또 자신이 최대주주인 삼양통상이 ㈜GS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현재 삼양통상의 ㈜GS 지분율은 지난해 말 0.22%에서 0.54%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GS가 아닌 GS건설 지분율을 높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부친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해 말 GS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GS건설 회장만 맡기로 하면서, 허 사장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그의 ㈜GS 지분율은 0.53%, GS건설 지분율은 0.24%다.

재계에서는 오너일가 4세의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단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급락한 주가를 방어,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의지란 분석이 나온다. 오너들이 주식을 직접 매입해 향후 그룹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사주 대량매입이 오너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승계 비용을 낮추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GS의 주가는 지난 5년 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이고 있어, 주식 매입의 적기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지주사 주식 매입을 통해 4세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할 때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큰 비용 없이 기업 승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면서 “지분율 변동을 살피면 기업 경영권 승계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사진=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