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펀드 역풍에 소프트뱅크 실적 수직낙하...'최악의 성적' 경고

2020-04-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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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적자1조3500억엔·순손실 7500억엔...매출도 35% 감소

비전펀드 '1조8000억엔' 투자 손해...2호 펀드는 동결 위기

위워크 상장 실패에 타격...코로나19 사태에 우버마저 부진

손정의(마사요시)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꼽았던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비전펀드가 거센 역풍이 되어 몰아치고 있다. 비전펀드 손실로 인해 소프트뱅크가 한해 15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올해 3월 말까지인 2019/20 회계연도 기준 영업손실이 1조3500억엔(약 1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프트뱅크 설립 39년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다. 비교하자면 1년 전에는 영업이익이 2조3539억엔에 달했다. 1년 새 영업실적이 3조7039억엔이나 수직낙하한 셈이다.

2019/20 회계연도 매출은 한해 전에 비해 36% 줄어든 6조1500만엔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순이익은 7500억엔 적자가 예상됐다. 이대로라면 소프트뱅크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외신들은 이번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비전펀드 투자 부진을 지목했다. 지난해 결산 당시 소프트뱅크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비전펀드를 통해 벌었지만, 올해 영업적자의 대부분은 비전펀드의 막대한 투자 손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비전펀드 손실액만 1조80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소프트뱅크의 독자적 투자에서도 8000억엔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각각 281억 달러와 450억 달러를 출자해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비전펀드를 설립했다. 손 회장은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비전펀드를 등에 업고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우리나라 쿠팡을 비롯해 전 세계 스타트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특히 위워크 투자로 쓴 실패를 맛봤다. 140억 달러나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9월 상장 실패 후 위워크 기업가치는 거의 제로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대 투자처였던 위워크가 붕괴 직전의 상태에 처하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야심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비전펀드 실적 악화로 손 회장이 계획하던 비전펀드 2호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비전펀드 2호는 1080억 달러 규모를 목표로 모금에 나섰지만,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자본으로 투자금을 충당하려 했지만, 실적 악화 전망에 출범 계획을 당분간 접은 상태다.

2월 말 손 회장은 "투자 실패를 매일 반성하고 있지만, 위축되지는 않는다"면서 4조5000억엔어치의 보유자산을 매각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재무 안정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장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세계 각국의 도시 봉쇄와 통행 제한 조치에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를 비롯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그룹 실적 추이.[자료=소프트뱅크]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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