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안정을 위한 공매도 금지 조치 한달이 지나면서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던 기업들도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공매도 규제로 순기능을 상실하면서 ‘증시 버블’을 유발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 시행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 상위 5개 종목 셀트리온(9.35%), 롯데관광개발(7.28%), 두산인프라코어(6.27%), LG디스플레이(5.75%), 하나투어(5.45%) 중 공매도 금지 조치 후 한달간 셀트리온(26.39%), 두산인프라코어(43.31%), 롯데관광개발(15.06%)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개별 종목들보다는 상승 폭이 적지만 전체 주가지수도 반등 흐름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07%, 13.88% 올랐다. 한때 코스피는 1482.46, 코스닥지수는 443.76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폭락장이 나타났으나 4월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만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주가 방어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오히려 증시에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금지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 등이 주식시장에 몰리며 주가지수가 실제 경제 상황 대비 과도한 상태까지 올라갔다는 지적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주가를 조정하는 ‘가격 발견’에 있는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며 증시 전반적으로 거품이 낀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최악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로 인해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증시 상승세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끼친 영향을 과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금지로 인해 개별 종목 상승세가 영향을 받은 측면은 분명히 있겠지만, 증시 전체에 끼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현재 증시 수준도 폭락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로 거품이라 판단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일부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최근 급등하긴 했지만 이는 공매도 금지보다는 코로나19 진단시약·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