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4·19 혁명 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 추진

2020-04-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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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시위 폭행장소·부상정도 등 정황 상세히 기록

'4·19 혁명 참여 고려대학생 부상자 명단' [사진=문화재청 제공]


4·19 혁명 부상자 명단과 계엄선포문 등의 ‘민주화 문화유산’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9일 “4‧19 혁명 60주년을 맞이해 1960년 4월 19일 민주화의 역사적 현장을 기억하고, 역사‧교육 시사점을 표출하기 위해 ‘4‧19 혁명 문화유산’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며 “민주화 문화유산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1960년에 일어난 4‧19혁명은 학생과 시민이 주도하여 독재 정권과 부정 선거에 항거한 민주주의 혁명으로, 이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민주주의 희생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을 찾아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아 총 179건의 4‧19 혁명 관련 유물을 발굴했다.

이 유물들을 대상으로 문화재선정자문회의가 총 7건을 등록 우선 추진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청 등 사전절차를 거친 후 순차적으로 전문가 현장조사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최종 등록되게 된다.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면 법적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되며, 관련 기준에 따라 보수‧정비와 활용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상반기에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될 문화유산은 총 3건이다. △「4‧19 혁명 참여 고려대학생 부상자 명단」3종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9종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계엄포고문)」19종이다.

「4‧19 혁명 참여 고려대 학생 부상자 명단」은 4‧19 혁명 하루 전에 일어난 ‘4‧18 고려대 데모’를 중심으로 시위에 참가한 고려대 학생 부상자 명단 초안 2종과 이를 정리한 정서본(1종)이다.

초안(1)은 부상자 명단이 학과‧학년‧번호‧이름‧장소‧맞은 정도 항목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필체와 필기도구가 다양하여 작성자가 여러 명인 것으로 보인다. 부상 장소는 안암동, 천일극장 앞, 국회의사당, 종로3가, 동대문경찰서 앞 등이다. 맞은 정도는 '곤봉 엇개(어깨) 맞다', '깡패에 다리 부상 7일 치료', '머리 터지다', '천일백화점 근처에서 깡패의 몽둥이로 후두부를 맞고 失神(실신)'등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기재돼 있다.

초안(2)는 1면 위에 ‘4월 18일 부상자 명단’이라고 쓰여 있는데, 같은 필체로 보아 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서본은 ‘4.19 의거 시 부상한 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초안 내용을 수정 또는 보완해 재정리한 것이다.

해당 유물은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국회의사당까지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정치깡패의 습격을 받은 상황과 4월 19일 시위 폭행 장소, 부상 정도 등 정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4.19 혁명을 이해하는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다.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는 4‧19 혁명 당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 주도로 ‘4월혁명연구반’이라는 조사반을 구성해 작성한 구술기록 자료다.

대상별 총 9종으로 △4‧19 데모 목격자와 인근주민의 조사서(서울지방) △교수데모실태조사서(서울지방) △사후수습사항 조사서(서울지방) △연행자와 사후수습사항 조사서(대구, 부산, 마산) △연행자 조사서(서울지방) △부상자 실태조사서(대구, 부산, 마산) △부상자 실태조사서(서울지방) △데모사항조사서(서울지방) △데모사항조사서(대구, 부산, 마산)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설문항목은 정치에 대한 관심, 그 당시의 심정 등을 묻고 있어 조사 대상별 정치의식, 사회의식 등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데모사항조사서’에는 참여 동기‧경과‧시간‧장소‧해산 시까지 충돌(경찰과 충돌, 깡패, 부상, 살상, 공포) 등이 매우 자세히 기록돼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2‧28, 마산 3‧15 시위 참여자를 대상으로 구술 조사한 현재까지 유일한 자료다. 해당 유물은 4‧19 혁명 당대에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질문하여 작성한 설문지로 현장의 실증적인 기록물이다.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계엄포고문)」은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에서 관련기관에 의뢰하여 원본으로 수집한 자료다.

1960년 4월 19일부터 발표된 비상계엄령 하에 계엄사령관 명의로 내려진 각종 시책, 명령 등의 내용으로, 비상계엄포고문 12종, 훈시문 1종, 공고문 3종, 담화문 2종 등 총 19종이다.

4월 19일 오후 5시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계엄선포문을 시작으로 집회 해산, 등교 중지, 통행 금지(오후7시~오전 5시), 언론‧출판 통제, 유언비어 유포금지 등 통제 내용의 포고문과 공고문이 연이어 발표되다가 4월 26일 대통령 사임 발표 이후 점차 통제가 와해된 내용을 시간 순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유물은 4월 혁명기 비상계엄 하의 사회상과 국가의 대국민 관리‧통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해당 문화재들을 통해 1960년 정‧부통령 부정선거와 폭력으로 재집권 시도에 항거한 ‘2‧28 민주운동’, ‘3‧15 의거’ 등이 기폭제가 되어 일어난 4월 19일 전국 각지의 시위들, 그리고 계엄령으로 시위를 무마하려다가 4월 26일 대통령 하야 성명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정부 조치들,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무차별 발포와 폭행으로 인한 다수의 희생자 발생 상황 등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4‧19 혁명 문화유산 등록과 더불어, 모든 연령대가 민주화 정신을 공감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콘텐츠 활용사업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관련 문화재의 보존처리와 전시 보호각을 설치하는 복원 정비 지원 △역사적 현장을 동영상으로 담아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네이버TV 등 문화유산채널을 통해 알리는 동영상 콘텐츠 홍보 △국민이 직접 현장답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문화재청은 4월 17일부터 3‧15 의거 발원지, 마산 시위현장 등을 기록물과 함께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한국교육방송(EBS)에 방영(7차례)할 예정이다. 현대유산의 문화재 가치와 보존 방안을 논의하고 민주화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학술대회(국립문화재연구소‧연세대 박물관 공동주최)와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이 직접 수집한 4‧19 관련 자료들을 최초로 공개하는 특별전도 연세대 박물관에서 열기로 했다.

다만, 학술대회와 특별전은 당초 이달에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 확산방지 차원에서 부득이 연기한 상태이다. 추후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과 연세대 박물관 누리집에서 일정과 자세한 내용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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