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제일·중흥건설,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계열사 총동원…'벌떼 입찰' 여전

2020-03-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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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페이퍼 컴퍼니' 동원한 공공택지 입찰 막기 위해 시행령 개정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자회사나 위장 계열사를 이용해 공동주택용지를 낙찰받는 이른바 '벌떼 입찰'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독점하는 택지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벌떼 입찰로 일부 중견사가 택지를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LH에 따르면 지난 27일 인천검단 공동주택용지 추첨 결과 AB 20-1블록은 제일건설 계열사가, AB 20-2블록은 중흥건설이 당첨됐다. 20-1블록의 경쟁률은 263대1, 20-2블록은 268대1이었다.
문제는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제일건설과 중흥건설이 계열사를 동원해 경쟁률에 적지 않은 허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제일건설은 창암종합건설·제일종합건설·에버종합건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중봉건설·중흥개발 등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LH의 공동주택용지는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건설사나 아파트 브랜드 등에 상관없이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제일건설과 중흥건설을 포함한 중견 건설사들은 유령 계열사를 입찰에 동원해 토지를 선점한 뒤, 전매가 가능한 2년 뒤 모회사와 관련 계열사에 전매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08~2018년 LH가 분양한 아파트 용지(473개) 중 30%(142개)가 중흥건설(47개)과 호반건설(44개), 우미건설(22개), 반도건설(18개), 제일풍경채(11개) 등 5개 건설사에 돌아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건설사(7827개)의 0.06%가 신도시·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 30%를 가져간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은 국토교통부와 LH 등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페이퍼컴퍼니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기존에 주택건설사업 등록만 하면 참여가 가능했던 자격 조건을 2017년부터 주택건설사업 등록과 함께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준공 실적,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확인해 주는 시공능력 확인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 계열사들이 건설 호황기 이후 LH의 입찰 조건을 맞추면서 현행 방식도 무용지물이 됐다"며 "편법이 횡행해 선의의 경쟁업체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토지 공급계약 2년 이후에도 공급가격 이하로 전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부도 등 합리적 사유를 제외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이전까지는 전매할 수 없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상반기 내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LH 공동주택용지 공급 시 사업자의 주택건설실적, 시공능력 등 사업추진능력이 검증됐더라도 주택법 등 법령 위반으로 공급공고일 3년 이내 영업정지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받은 업체는 우선순위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2기 신도시 등 특화발전이 요구되는 지역에선 추첨제가 아닌 특별설계 공모를 통한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제도개선으로 일부 건설사의 공공택지 공급질서 교란 행위가 차단되고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 효과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투기우려지역 공동주택용지 응찰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고양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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