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5일 부산, 대구, 제주, 경남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또 IBK기업은행의 독자신용도를 하향 조정 검토대상에 올리고 IBK투자증권의 외화표시 장기 신용등급(A1)과 단기 기업신용등급(P-1)에 대한 하향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의 경제 성장 둔화 전망 등이 반영된 것이다. 무디스는 “특히 4개 지방은행은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 피해 지역이거나 관광, 서비스, 식음료, 유통업종 중소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커 자산 건전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글로벌 무역 둔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업 부문 등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커 자산 건전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특히 금융권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16일에는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고, 5일에는 국내 증권 산업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 둔화와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의 취약업종으로 꼽히는 유통, 운송, 정유 관련 기업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통량 감소로 한국철도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운송업체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11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내리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앞서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롯데쇼핑의 요구로 철회했다.
무디스와 더불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코로나19와 유가급락에 따른 영향 등으로 국내 정유업체인 GS칼텍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으며, 무디스도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내렸다.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신평사들도 코로나19 여파에 취약한 항공운송, 호텔·면세, 유통, 정유,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 신용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는 항공산업에 대한 우려가 컸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는 대한항공(BBB+)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등록했다. 이유는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폭의 영업실적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나신평은 “코로나19 사태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여객부문을 중심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한진칼(BBB)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더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신용등급도 하향 검토대상 또는 미화정 검토대상에 등록됐으며, 이에 따른 조기상환 트리거(Trigger) 발동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제기됐다.
또 항공·해상운송 산업 위험 상승에 따른 할부리스사의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신평은 “국내 캐피탈사들의 코로나19 관련 업황 저하 우려가 높은 산업에 익스포저는 크지 않은 수준이며,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항공·해운사 관련 여신은 상대적으로 거액여신이기 때문에 일부 항공·해운사의 부실에도 할부금융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증권업 신용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기평은 지난 25일 증권업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자금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유동성 부담과 보유 자산의 가치 변동성 확대·부실화 부담, 영업위축에 따른 수익감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증권사별 유동성 부담과 대응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감시대상에 등록해 ‘부정적 검토’ 또는 ‘하향조정 검토’를 시행하는 것은 기업의 신용상태 변화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등급 변경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제도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검토 대상에 기업을 등록한 것은 현 상태가 지속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