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손석희·윤장현·김웅에 미안… ‘박사방’서도 친분 주장

신동근 기자 2020-03-25 16:14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손석희 JTBC 사장과 김웅 기자 등 유명인사들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이들이 동영상과는 관련이 없으며 각자 다른 사기사건으로 조주빈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이날 25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피해자들한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언급된 세 인물이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피해 사실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지만 조씨가 사기와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손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씨가 협박을 한 적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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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사장은 “흥신소 사장이라는 인물이 ‘김웅씨가 가족을 테러하려고 한다’고 알리며 접근했다”며 “이후 손 사장이 해당 사실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자, 조사를 위해 금품이 필요하다며 받은 뒤 잠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과 가족들은 이미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조씨가 아니어도 다른 행동책이 있을 수 있어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속아 공천 대가성 금품을 건넨 혐의로 최근 유죄확정 된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는 “억울함을 풀 수 있게 해주겠다”며 한 사기범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이 사기범이 조씨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서 조씨의 발언으로 자신의 사기행각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윤 전 시장 측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최 실장’이라는 인물과 전화 통화를 했다.

최 실장은 윤 전 시장에게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하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최 실장은 “당시 뉴스룸 앵커였던 손 사장과 잘 안다”면서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함께 JTBC 방송국을 찾아갔다.

윤 전 시장 측 인물은 윤 전 시장이 직접 손 사장과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스튜디오에서 손 사장에게 아는 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최 실장을 먼발치에서 봤다고 전했다.

그는 "윤 전 시장이 “기회가 되면 조만간 인터뷰 방송을 잡자"는 최 실장의 말을 믿고 중간중간 돈을 보냈다"며 "윤 전 시장이 최 실장이 조씨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구별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또 조씨는 지난해 12월 개인방송을 하는 기자에게 접근해 정치인의 정보가 담긴 USB를 넘기겠다며 돈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김 기자와 연관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한편 조씨는 검거 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세 인물과 친분이나 인맥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해당 방에서 손 사장과 형 동생 한다거나 윤 전 시장이 자신을 통해 손 사장에게 어떤 자료를 넘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웅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는 식의 언급도 했다.

심지어 “JTBC에 가서 ‘박사장님 심부름 왔다’고 하면 비서가 내려와 사장실로 안내해준다”고 허세를 떨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편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조씨의 발언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유명인을 언급함으로써 대중의 인식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희석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