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4년 전 해외 소아성애자들 사이에서 한국이 주요 키워드로 검색된 바 있다며, 규제 타이밍을 놓쳐 한국인이 딥페이크 범죄에 주요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가 몇 분 이상 영상 채팅을 하면 (기프티콘 등) 쿠폰으로 아동을 유인해 거래하는(온라인 그루밍) 앱이 300~400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청소년 보호위원장을 하면서 모니터링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확산 예상했음에도...비겁하게 규제 동참 안해"
이 교수는 "영미 국가 소아 성애자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영상을 소개하고 있었다"며 "많은 유저들이 수사가 어려운 해외 포털들로 이동 중"이라고 짚었다. 그는 4~5년 전 디지털 성범죄 엄벌 기조 속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신체적 접촉 없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로 범죄행위가 옮겨가는 양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각국은 플랫폼 규제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자국민 보호에 나선 반면 국내는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쿠폰 같은 리워드를 줄 경우 피해 양산이 우려됐는데 거기다가 AI까지 활용하니, 아동 음란물은 한국에서 전 세계 유례 없이 창의적인 여러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될 것은 너무 뻔한 일이었다"며 "2020년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그게 2024년이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국적은 한국이 53%로 압도적이었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는 이런 종류의 문제 제기부터 시작해 현재 굉장히 많은 입법을 하는 점이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에서 'Tor'로..."플랫폼 사업자에 책임 부여해야"
이 교수는 "이번 딥페이크는 텔레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텔레그램이 문제가 되니까 2만명 중 상당한 부분이 어떤 의도를 갖고 토르(Tor·다크웹 접속 프로그램)로 변화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이 교수가 강조하는 건 해외 각국처럼 플랫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미성년자 성착취물 사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교수는 "유럽연합(EU)에서는 2020년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된다, 유저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된다는 책임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입법했다"며 "이런 법적 근거로 최근 텔레그램이 용의자 신원 요청에 응답하지 않자 프랑스에서 CEO(최고 경영자)에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했다.
또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법촬영물 감시·삭제 의무를 부여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국 내 서비스 차단 및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는 채팅 개수와 대화 정도까지 다 체크해서 가중 처벌을 하고 업체가 유지될 수 없을 만큼 '플러스 액션'을 벌이고 있다"며 "집단 소송까지 할 수 있게 민사적인 책임을 묻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불법영상물 삭제 지원도 국내에서는 정부가 인력·예산·권한 문제로 부침을 겪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 교수는 "사용자들을 보호해야 될 권리도 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법률을 운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