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PEC은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석유 카르텔의 가격 담합 행위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애초 취지는 유가 부양을 위한 OPEC의 감산 담합에 철퇴를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산유국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일제히 증산을 예고, 유가에 거센 하방압력을 가하자 석유업계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NOPEC 옵션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원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유가전쟁을 멈출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종병기가 NOPEC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OPEC 종주국이자 최근 유가전쟁 당사자인 사우디는 미국에서 기소될 수 있고, 미국 법원이 사우디에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릴 경우 미국 내 사우디 자산을 동결하거나 금융거래를 차단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미국에서 NOPEC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의회에서 부결되거나 대통령이 거부해 입법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NOPEC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요 산유국들에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앞서 NOPEC 법안에 난색을 표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엔 입장이 다소 모호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석유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가파른 유가 상승세를 경계한다.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져 다른 데 돈을 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가가 높아지면 미국 경제 대들보인 소비가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 소비자 지출이 10억 달러(약 1조2560억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저유가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 온 이유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과도한 유가 하락도 경계한다. 생산단가가 사우디나 러시아 등에 비해 높은 데다 막대한 부채까지 안고 있는 미국 셰일업계가 연쇄 도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셰일유 시추업체에 생산 장비를 공급하는 미국 트리-포인트오일앤가스프로덕션은 지난주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