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식에 시장은 잠시 반등했다. 그러나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69달러(10.6%) 폭락한 22.53달러를 기록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시장의 불안은 증폭했다. 사우디가 정부 부채 한도를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30%에서 50%로 올릴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0일 보도했다. 사우디가 빚을 내서라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유가는 급락했다.
러시아 측도 간단히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사우디의 협박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먼저 휴전 제의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즈호 증권의 폴 생키(Paul Sankey) 이사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1억 배럴 전후인데, 경제 위축에 수요는 20% 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남게 되며, 재고 저장 공간이 부족하게 된다. 결국 과잉 생산되는 원유의 양은 비축량 시설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유생산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석유를 전달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석유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같은 마이너스 거래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