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J박사의 이 한마디는 18일 오후 각 포털사이트 뉴스스탠드를 한바탕 흔들어 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완전 뒤집어 놓으셨다.”
18일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오전에까지도 포털사이트 상위권 뉴스로 랭크되는 등 여진이 계속됐다.
J박사는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지난 2011년 KIST에서 인턴을 할 때 지도교수였다. 그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교수의 제6차 공판에 출석해 “조민이 엎드려 잠만 자는 등 불성실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2011년 7월 당시 조씨가 인턴을 하러 간 KIST 생체분자기능연구센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연구실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내부 구성원들끼리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J교수는 ‘약간의 분란’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인턴채용을 취소하고 급여도 주지 말라”고 화를 낸 사실은 인정했다. 약간의 분란이 아니었던 것.
게다가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KIST 측 모 여성 연구원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챙겨줄 수 없으니 일단 대기하라’라며 조씨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한 것이 확인된다.
그러니까 인턴을 뽑아 놓기는 했는데, 이를 관리한 주체도 없고, 시킬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감당이 안되니 ‘나오지 말라’며 사실상 인턴을 ‘잘라’ 버렸던 것. 조씨가 엎드려 잠을 잔 이유, 며칠 밖에 인턴을 못한 이유, 인턴 기간 중에 케냐 봉사활동을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가 한꺼번에 설명되는 상황이다.
되짚어 보면 J교수가 검찰 측 신문과정에서 “엎드려 잠만 잤다”고 말한 것은 상당히 악의적인 생략과 편집이 가미된 진술, 사실상 거짓말과 다르지 않은 증언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J박사는 검찰수사 과정에서는 “논문도 열심히 읽고 성실히 임했다”라고 평가했었다.
J교수의 진술이 뒤바뀐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케냐 봉사활동’과 관련해서도 검찰 측 신문에서는 “나는 몰랐다. 알았다면 인턴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놓고서는 변호인이 반박하는 증거를 내놓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변호인은“케냐 봉사활동 계획이 있다는 것을 빼먹고 말씀드리지 않았다”라고 조씨가 J박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메일이 KIST메일 서버에 남아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틀 밖에 인턴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뒤집혔다. 검찰은 조씨의 출입증 기록을 근거로 2일 밖에 인턴을 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는 임시출입증을 받아 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소 분란’ 때문에 인턴에서 잘리는 바람에 출입증을 반납하게 된 조씨가 임시출입증을 받았던 것.
이 임시출입증으로 조씨는 약 20일 가량 KIST를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J박사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동문서답이 그가 내놓은 대답의 전부다.
이 같은 내용은 18일 법정에서 모두 제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보도한 언론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 언론사는 애써 변호인 측 반대신문 내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빼버리기도 했다. 공영언론사이든, 민영언론이든 차이는 없었다.
안타깝지만 언론들의 검찰 편향, 검찰 받아쓰기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