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보도를 보면서 강남의 한 변호사는 혀를 찼다. 몇 년만에 겨우 지상파 두어곳과 뉴스타파 등 독립언론에 보도됐는데, 곧바로 ‘라임사태’에 파묻히는 양상을 보고 한 말이다.
당사자는 등장하지도 않는 녹취록을 가지고 청와대를 향해 칼을 들이대겠다는 검찰을 보고서는 “속이 보인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마치 ‘청와대’의 ‘ㅊ’이라도 나오길 고대했다는 듯 우악스럽게 덤벼들고 있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증거와 증언, 정황이 쏟아지지만 기사 한줄 보기 어렵다.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명백한 언론의 직무유기다.
검찰도 마찬가지. 법원 판결문이나 법정 증언 등 이미 확보된 증거만 해도 '소환조사 없이 기소'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꿈쩍 하지 않는다.
지난 해 9월 6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날 밤, “증거가 명백하다”며 단 한 차례의 소환도 없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관의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라임사태’의 청와대 행정관 의혹은 아직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이슈화되는 양상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라임사태 관련 청와대 행정관 녹취록(이하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은 라인사태의 핵심인물이라는 장모씨와 투자자 A씨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것을 녹음한 것이 녹취록의 내용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은 두 사람의 입에서 거론될 뿐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건 물증은 고사하고 범죄 정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처럼 정황도 애매한 판에 ‘제3자끼리의 녹취록’만 가지고 수사를 하겠다고 설치는 것은 통상의 검찰답지 않다. ‘고의성이 없다’며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한 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수사를 못하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야겠다'는 우격다짐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된다.
백번 양보해 수사야 할 수 있다고 쳐도 이렇게 요란스러운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최근 검찰과 검찰출입 기자들이 좋아하는 단어로 떠오른 ‘밀행성’ 말이다.
도대체 그 밀행성이란 것은 법무부 장관 비난할 때는 수시로 언급되던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신천지에게라도 줘버렸는지 사라져버리고 수사 초기단계부터 언론들과 함께 수사정보를 떠들어 대고 있다.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선거를 겨우 한달 앞둔 시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언론사들은 아예 선거운동에라도 뛰어든 것처럼 '정파성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증은 커녕 아직 이렇다할 정황도 없는 '청와대 행정관' 의혹을 자꾸 보도해서 부풀리면서도 윤석열 총장 장모 관련 의혹은 애써 무시하는 것을 '정파적 손익계산' 외에 어떤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니 “이번에도 윤 총장 장모는 빠져 나가나 보네”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은 어쩜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행복한 검찰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