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로 수도권 전체가 들썩이는데 일산만 잠잠합니다. GTX 개통 호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지는 모르겠습니다."
5일 일산동구 마두역 인근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일산 부동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서울 강남에 이어 수원 집값 잡기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제2의 비규제지역'을 찾아 나섰지만 1기 신도시인 일산의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안시성(안산·시흥·화성),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구광화(구리·광명·화성) 등의 신조어를 만들며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지만 일산은 인근의 김부검(김포·부천·검단)에도 끼지 못하며 크게 꺾인 모습이었다.
일산의 대표 아파트를 중심으로 광고판과 저층 가구 창문에는 '3기 신도시 반대', '고양 3기 신도시 건설 철회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분위기를 가늠케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1월 0.5%, 2월 0.22% 상승했으며 일산서구는 0.45%, 0.13% 올랐다.
이 기간은 정부의 12·16 대책과 2·20 대책 영향으로 수도권 전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시기다. 수원이 1월 1.98%, 2월 4.90% 올랐으며 같은 기간 용인은 1.73%, 2.23% 올랐다. 새로운 비규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천은 0.53%, 0.77%, 안양 1.14%, 1.34%, 안산 0.43%, 0.52% 등 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상승했다.
2월 일산서구의 상승률보다 낮은 지역은 안성, 광주, 이천, 여주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실제로 일산의 부동산 시장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반등에 성공한 단지는 거의 없었다.
장항동 호수마을 5단지 청구아파트 85㎡는 최근 1년 동안 4억원 초중반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과 후는 물론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낸 최근에도 거래가는 비슷했다. 인근에 위치한 주엽동 강선마을 14단지 두산아파트와 주엽동 문촌마을 16단지 뉴삼익아파트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축 아파트도 피하지 못했다.
탄현동의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162㎡의 최근 1년간 평균 매매가는 8억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분양 물량이 많았던 식사동의 위시티일산자이 2단지의 167㎡의 매매가는 5억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주엽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으로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에 따른 일시적 투자 수요와 총선에서 나올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깜짝 상승'할 수는 있지만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되면 반등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