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이다.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최근 정치적 성향을 보이던 판사들이 연이어 정당의 추천을 받으며 총선출마 선언을 하면서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정당의 무분별한 판사 영입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시켜 더욱 ‘정치 판사’를 키울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해 ‘법복 정치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이탄희·이수진·최기상·장동혁 전 판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지난 1월 19일 ‘10호 영입인재’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 전 판사는 2017년 2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세상에 처음 알리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퇴임 후 공익변호사로 변신한 그는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최근 이 전 판사를 경기 용인정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수진 전 판사는 1월 27일 민주당의 ‘13호 영입인재’가 됐다. 그는 2018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앞서 그는 1월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구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1월 7일 퇴임했다. 현직 판사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경우라서 이탄희 전 판사보다 사법 공정성 시비가 크게 불거졌다.
민주당 영입 제안을 받은 뒤 1월 13일 퇴임한 최기상 전 판사는 지난 11일 ‘20호 영입인재’가 됐다. 최 전 판사는 2018년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 된 뒤 첫 의장으로 활동하며 사법농단에 대한 문제제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장동혁 전 판사는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 시한을 하루 앞둔 1월 15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같은 달 23일 야당 후보로 21대 총선 대전 유성갑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판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에서 그가 고령이라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불출석 재판을 허가한 바 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이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선 친정인 법원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다” (정욱도 판사)
“법복을 들고 다니며 정치를 하려는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연진 판사)
법관이 국회의원이 된 사례는 많다. 추미애·박범계·손금주·여상규·이주영·주호영·진영·홍일표·나경원 등 현직 의원만 9명이다.
유독 이번 총선 출마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것은 이들의 ‘입당시기’ 때문이다. 사직서 제출 후 입당까지 이수진 전 판사는 21일, 최기상 전 판사는 29일. 장동혁 전 판사는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판사라고 해서 정치인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법복을 벗자마자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 한다는 사실은 이들이 현직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정당과 교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며 “이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지난 2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법복 정치인’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정치적인 상징물이 됨으로서 판사로서의 덕목을 잃었다고 생각해 판사직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안타깝게도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제가 퇴직을 할 때 기대했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많이 보여주셨다”며 “2019년 5월로 기억 하는데 당시 비위 사실 통보를 한 66명의 법관 대부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셨다. 그때 제가 느꼈을 화라고 하는 건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법원개혁, 검찰개혁, 권력기관 개혁에 관련된 말씀들을 드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면서 사법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국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치 참여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하더라도 이들이 삼권분립을 훼손하며 사법부에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이 법복정치인 논란을 극복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