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도 중기대출 금리는 오른다

2020-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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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강에 중기대출 리스크 확대된 탓

코로나 여파 매출 타격에 '엎친데 덮친 격'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이 신규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연 3.37%(이하 연이율), 3.45%, 3.40%다. 앞선 8~10월 평균금리와 비교하면 △국민 7bp(1bp=0.01% 포인트) △우리 13bp △농협은 17bp 오른 값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고 은행이 공급하는 보증서담보대출 금리는 주요 은행에서 모두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 10bp(3.29→3.39%) △국민 18bp(3.60→3.78%) △하나 9bp(3.19→3.28%) △우리 18bp(3.32→3.50%) △농협 25bp(3.22→3.47%) 상승했다.

중기대출 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인하한 지난해 10월까지 꾸준히 내렸지만, 이후에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내림세인 점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는 중기대출 기준이 되는 금리인 중기부문 MOR이 상승 중인 데다, 경기 하강에 따라 중기대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중기대출 MOR에 보통 금융채(AAA) 6개월 또는 1년물을 반영하는데, 이들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올랐다. 6개월물은 지난해 8월 22일 1.331%로 저점을 찍은 뒤 12월 26일 1.527%까지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1년물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영향으로 은행들의 중기대출 MOR은 최대 11bp 올랐다.

이와 함께 경기 하강 국면에서 중기대출 리스크가 확대된 탓에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가격 중 위험프리미엄 값이 상승해 전체 중기대출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중소기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리스크도 확대돼 대출금리가 더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대출 금리는 담보가 있더라도 기업 신용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신용도가 하락하는 중기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대출 금리가 떨어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 시장금리가 떨어져 대출금리 역시 낮아질 수 있다. 반면 당분간 동결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최근 낮아진 시장금리는 반등할 수밖에 없다. 중기대출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적어지는 셈이다. 금융채 6개월물과 1년물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1.204%, 1.239%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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