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의 그늘] 총선 앞두고 '제3금융중심지' 지정 논의 또 꿈틀

2020-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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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미성숙 결론에도 정치권 단골 메뉴

2009년 1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남구 문현동 일대는 각각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당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수도였던 서울보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 얼마나 발전할지 관심을 가졌다. 

부산도 이에 발맞춰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였다. 남구 문현동 일대를 문현금융단지로 지정하고, 랜드마크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완공했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수도권에 본사를 두던 29개 금융공공기관 등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금융중심지로서 부산의 성공은 항상 의문부호가 붙었다. 결국 '지역 균형 발전'의 논리로 국내 금융공공기관 본사를 대거 이동시켰을 뿐 그 이후 부산에서 금융산업 발전이 없었다는 시각에서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살펴보면 부산은 46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24위였으나 최근 3년 동안은 4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금융중심지이자 국제금융센터로서 발전이 사실상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중심지 정책을 이끄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지난 10여년 동안 금융중심지 정책 추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인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금융중심지 정책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금융 발전보다 지방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중심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아직 여건이 합당하지 않다는 판단에 사실상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이 유보됐다. 

그러나 전북혁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재지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체적인 금융 산업의 발전보다는 전북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돼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전북도는 지난해 말부터 무궁화신탁과 현대자산운용 등의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여건 조성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에서는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물밑에서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역시 금융 산업 발전에 대한 고려보다는, 부산 지역의 경기 활성화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정책 지원을 나눌 수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 혹은 전북에서 금융중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아직 서울에 남아 있는 금융공공기관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 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으로 낙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쓸모없는 소모전이 계속되고, 오히려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중심지 논의가 있고 지역 시의회가 열릴 때마다 조마조마한 상황"이라며 "본사 소재지가 불분명하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도 꼭 필요한 중요한 원칙이지만 금융산업의 발전이 너무나 희생되는 면이 크다"며 "현재 부산으로 내려간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이전보다 인력 운용이나 인재 채용을 어려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8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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