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험지, 강원 동해·삼척에 출마하는 김명기(47) 전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에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 2008년부터 2017년 대선까지 안규백 현 국방위원장실에서 일했다. ‘이적’이 잦은 여의도에서 한 의원실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은 일종의 ‘미덕’이다.
김 전 보좌관은 2007년과 2017년 두 차례 대선이 치러질 때 보좌하던 의원이 사무총장(2007년 – 정동채, 2017년 – 안규백)을 맡아 당무에도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2013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김 전 보좌관은 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즉시 전력감”으로 소개, “보좌관으로 쌓은 경험을 나고 자란 고향에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어떤 의원들을 보좌했는지 궁금하다.
“원래 정치권에 관심이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2001년 가을에 노무현-김근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이후에 2003년 정동채 전 장관의 비서로 처음 입문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정동채 전 장관을 보좌했고, 그리고 2008년부터 2017년 대선까지 안규백 의원을 보좌했다. 그 이후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을 했다. 정 전 장관을 보좌할 때는 장관을 하면서 의원을 겸직했기 때문에 상임위 일도 보면서 행정부쪽 일도 같이 보좌했다. 안규백 의원실에서 한 10년 이상을 국방위만 계속했다. 국방위를 하면서 군에 대한 전문성을 많이 키웠다. 재밌는 것은 두 분이 모두 사무총장을 했다. 2007년에 정동채 전 장관, 2016년에 안규백 의원, 두 분 사무총장을 모시고 중앙당에서 대선을 두 번 치렀다. 당무에도 상당한 지식을 쌓았다.”
-보좌관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2013년에 안규백 의원을 보좌할 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을 때 ‘분명히 이 사람들(국군 사이버사령부)도 국정원처럼 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몇 달을 파헤쳤다. 민주당 국방위 소속 보좌진들이 다 모여서 업무 분담을 하면서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을 밝혀낸 게 성과고 재미가 있었다. 당시에 한 달 이상 밤을 샜다.”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아시다시피 20대 국회에 보좌진 출신 의원들이 한 30여분 있다. 보좌진의 경우에 국회를 잘 알고 당을 잘 안다. 입법 활동이나 상임위 활동 예산을 갖고 오는 부분에서 노하우가 있다. 그게 가장 장점이다. 이미 예산이나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때문에 즉시전력감이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예산을 잘 챙길 수 있다. 바로 장관을 부르는 게 아니라 실무진을 부르는 노하우랄까.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노하우는 비밀이다. (웃음) 오랫동안 여의도와 정부에서 일하면서 여야 보좌진들이 인간적으로 친한 경우도 많다. 그게 또다른 장점이다. 여야의 대립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소개해주실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
“예산 같은 경우에 항상 막판에 끼워넣기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쪽지 예산 이런 것들. 국회를 모르고 입성한 의원들은 8월에 결산을 시작할 때나 정기국회 때 정부쪽 사람들을 불러서 예산 반영을 요청하지 않나. 근데 그때는 늦었다. 보좌진 출신들은 1월이나 2월, 연초부터 움직인다. 예산을 기획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 보좌진 출신 의원들은 1월부터 움직이는데 이걸 모르는 의원들은 가을 정기국회나 돼야 움직인다.”
정치권은 선거철이 되면 인재영입으로 부산하다. 상징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할 경우, 그 상징과 가치를 좇는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실한 검증으로 역풍을 맡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당에서 활동해 온 내부의 인재들은 ‘꽃가마’를 타고 들어온 인사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허탈한 감정을 느낀다. 민주당 인재영입 2호였던 원종건씨를 둘러싼 논란이 그런 경우다.
-정치권이 선거 철만 되면 인재영입으로 시끄럽다. 어떻게 바라보시나.
“선거 때만 되면 인재영입으로 시끄럽긴 하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있는 것 같다. 선거가 국민의 감동과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고, 올바른 인재를 영입해야 정당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당에 참신하고 전문적인 인재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인재를 영입하고 홍보하고 평가받는 부분은 필요하다.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당에서 관리하면서 교류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내부 인재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보좌진 육성 프로그램이 일부 있다. 그건 의원들의 판단에 따른 거다. 제가 판단하기로 이미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당내에도 인재들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당에서 커왔고, 원내에 들어오면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재들이 많다. 외부적인 영입도 한 부분이지만, 당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에 대한 전문성을 더 키워나가는 것이 당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리라 본다.”
김명기 전 보좌관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원 동해·삼척은 민주당의 험지인 지역이다. 2000년 16대 총선 때 동해시와 삼척시가 합구된 뒤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당 입장에서는 험지지만 그런 부분은 출마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며 “열심히 하면 아무리 험지라도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구 감소를 지역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제2의 부흥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삼척의 인구는 2019년 12월 현재 두 도시를 합쳐 15만여명이다.
-강원 동해·삼척은 여당의 ‘험지’다. 이곳에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2003년 정동채 전 장관의 비서로 들어올 때부터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들은 젊다고 하지만 이젠 충분히 중앙 경험 많이 쌓았고, 그래서 나오게 됐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민들과 같이 얘기하면서 채워나갈 계획이다. 남들이 ‘왜 험지로 가느냐’고 해도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당의 입장에서 보면 험지지만 제 입장에선 나고 자란 고향이다. 제가 쌓아온 경험을 고향에 쏟고 싶다. 험지라는 것은 출마의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열심히 하면 아무리 험지라도 사람들이 잘 알아줄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지역구의 문제점은 뭔가. 당선이 된다면 동해·삼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나.
“동해·삼척은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구다. 인구가 줄고 있다 보니까 정체돼 있는 느낌이다. 경제적으로 침체돼 있는 느낌이다. 당선이 된다면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인구 감소 지역의 삶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대책을 만들 것이다. 이외에 사실 지역 현안들이 되게 많다. 삼척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없다. 이런 부분을 신경 쓰려고 한다. 또다른 것은 동해·삼척이 갖고 있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러시아와 북한, 일본의 서부와 무역할 수 있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이곳을 평화경제특별구역으로 만들어서 SOC나 사업적인 부분들을 활성화, 제2의 부흥을 이뤄내겠다. 제2의 부흥을 하는 젊은 도시로 새롭게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남기고 싶으신 말씀은.
“동해·삼척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보수적인 지역이지만, 내부에 들어오면 참 따뜻한 곳이다. 이념을 떠난 동네란 생각이 많이 든다. 제가 당선이 되면 동해·삼척에 여야 정파를 떠나서 동해·삼척의 발전을 바라는 모든 단체들과 동해·삼척의 비전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 격의 없이 토론해서 동해·삼척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겠다.”
◆김명기 전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 프로필
△1973년 강원 동해 출생 △동해 송정초 △동해 광희중 △동해 광희고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안규백 의원실 보좌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안보상황단 팀장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