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외 구매력을 뜻하는 국내 총소득은 0.4% 감소로 21년만의 마이너스였다.
특히 돈풀기 총력전이 펼쳐졌던 작년 4분기엔 정부가 전체 성장의 83%를 차지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비율이 거꾸로 돼 ‘민간 75%-정부 25%’, 아니 민간과 정부가 반반씩 기여를 했더라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훨씬 더 탄탄해질 것이다. 왜 민간과 정부는 ‘원팀’을 이루지 못할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조직력으로 똘똘 뭉치면 큰 성과를 낼수 있다는 걸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이 잘 보여줬다. 지난 22일 방콕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호주를 누르고 세계 축구 역사상 최초로 9연속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한국 대표팀은 26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는 연장 승부끝에 1대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6전 전승으로 대회 사상 첫 우승컵을 안아 아시아 최강자의 면모를 맘껏 과시했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이처럼 눈부신 활약을 펼칠 줄은 누구도 예상못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인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의 차출이 소속팀의 반대로 불발됐기 때문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은 전 선수를 폭넓게 기용하는 파격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팀워크로 뭉치자’며 원팀을 강조, 단합력과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완전 우세’로 급반전시켰다. 특히 검증이 안된 로테이션 시스템은 전력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시원하게 깨버렸다.
김학범 감독은 이전의 대표팀처럼 주전을 고정시키지 않았다. 6경기를 치르며 많게는 8명, 적게는 3명을 선발로 교체 투입하는 변칙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선수들은 공-수 양면에서 눈부신 플레이로 보답, 한국 축구사에 또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이변을 노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성과와 상관없이 ‘김학범 대표팀’은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경제.산업계에 뚜렷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노사화합도 그중 하나다.
올해는 부디 민간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빛바랜 2.0% 성장률’이 아닌 ‘찬란한 2.5% 이상의 성장률’을 이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