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폐렴 감염자 일주일새 10배 급증…마녀사냥 등 혼란 가중

2020-01-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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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00명 임박, 리커창 지각 우한행

習 총동원령 내려, 춘제 연휴 연장 결정

우한서 500만명 이탈, 신상털기 등 심각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27일 우한의 한 병원을 방문해 방역 및 환자 치료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27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우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다.

처음 발병한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한 달 반,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 11일로부터도 2주 넘게 지난 시점이다. 중국 당국의 늑장 대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시 체제 돌입을 선언했지만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을 빠져나온 이들에 대한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비난이 확산하자 관영 매체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하는 등 사회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우한폐렴 사망자 세 자릿수 초읽기

2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2744명으로 전날보다 769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280여명이던 확진자는 일주일 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사망자도 80명으로 전날보다 24명 늘었다. 이 추세라면 하루 뒤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베이징에서는 생후 9개월 된 영아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린이는 발병 확률이 낮다는 중국 보건 당국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은 물론 한국과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회적 불안이 갈수록 확산되자, 리 총리는 이날 직접 우한으로 날아가 민심 수습에 나섰다.

관영 매체들은 마스크와 방호복 차림의 리 총리 사진을 보도하며 "전염병 방역 업무를 지도하고 환자와 의료진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첫 발병 뒤 한 달 반이나 지난 시점이라 "감염을 우려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간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習, 전쟁 선언했지만··· 조기 수습 난망

시 주석은 춘제(春節·중국 설) 당일이었던 지난 25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춘제 연휴 기간 중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리는 건 이례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빨라져 상황이 엄중하다"며 의료·방역 물자를 총동원해 사태를 조기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리 총리를 조장으로 급조된 전염병업무영도소조는 첫 회의를 열고 춘제 연휴(24~30일)를 오는 2월 2일까지 사흘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개학 시기를 늦추는 등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카드를 대거 꺼내들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발병지인 우한에서 500만명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건이 갖춰진 데다 전염성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춘제와 전염병 사태 등으로 500만명이 우한을 떠났고 현재 900만명이 남아 있다"며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자인했다.

국가위생건강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사스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어 바이러스 확산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샤오웨이(馬曉衛) 국가위생건강위 주임은 "바이러스의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변이 가능성도 있다"며 복잡·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한 떠났다고 욕설에 신상 털기까지

전날 펑파이 신문은 춘제 때 우한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성명과 신분증 번호, 호적 주소는 물론 휴대폰 번호나 차량 번호판, 승차권 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들은 생면부지의 인물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공포감이 커지자 우한을 떠나 중국 각지로 이동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쓰촨성 청두의 한 대학이 공식 통지문에 "후베이성 출신 학생들은 방학 중 귀교를 자제해 달라"고 언급하는 등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혐오증까지 엿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관영 환구시보는 "우한을 떠난 이들이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이탈한 게 아니라고 믿는다"며 "전염병 진행의 위험성에 대한 통보가 늦었고 우한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호소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한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우한을 떠난 이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다"며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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