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벌인 자본시장 불공정(부정)거래 조사 건수는 129건에 달했다. 이중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통보된 것만 7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1건은 과징금 등 행정 제재를 받았고, 33건은 무혐의 종결됐다.
위반 혐의별로 봤을 때 부정거래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공개정보 이용 23건, 시세조종 21건, 보고의무 위반 16건 등이 뒤를 이었다. 무자본 M&A를 포함한 부정거래 적발건수는 3년 전 10건까지 줄었다가 2018년 27건, 지난해 24건으로 다시 늘어가는 추세다.
실제 A씨 등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일당 4명은 지난해 100억여원의 인수자금 전액을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차입해 전자·화학제품을 제조하는 B회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 주식을 다시 대부업체 등에 담보로 제공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이들은 자본시장법상 자기보유 주식 5%를 초과할 경우 이행해야 하는 '대량보유 보고 의무제(5%룰)'를 어긴 채 '자기 자금'으로 거짓 기재했고, 담보제공 사실을 숨겨 안전한 주식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면세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할 거란 허위 정보까지 흘려 300만주 이상의 주식 가격을 부풀린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식으로 6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전자부품 제조회사 C업체 대표이사와 최대주주 등도 부정거래 혐의로 적발됐다. 이들은 회사의 손실 징후가 포착돼 상장 유지가 어려울 경우 한국거래소가 일종의 부실 주식으로 낙인하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폈다.
보관중이던 불량재고를 신기술이 적용된 신규제품인 것처럼 속여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가짜 매출을 계상했다. 이렇게 허위로 재무제표에 기재한 금액만 100억원을 넘었다. 이를 토대로 증권신고서와 소액공모 공시서류까지 꾸민 일당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등 12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금감원은 이같은 부정거래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중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4.15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 테마주를 집중 감시대상에 올렸다. '테마주 모니터링시스템'과 SNS 등을 활용한 풍문 유포,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을 감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적발한 부정거래자들을 수사기관에 의뢰했고 검찰의 경우 대부분 기소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앞으로도 모니터링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 발견 시 신속하게 조사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성을 이용한 증시 불공정거래에도 적극 대응한다. 투자조합 등을 활용해 익명성을 남용한 부정거래와 차액결제거래(CFD) 등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연계된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도 투자조합 등을 내세워 실질적인 인수 주체를 숨기는 등 불법 M&A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제재사례 등을 수시로 배포하고 상장회사의 공시담당 직원들을 직접 찾아 예방교육도 계속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