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2차제재심 앞둔 하나·우리銀 기사회생 시나리오는?

2020-01-20 13:00
  • 글자크기 설정

1차제재심서 충분한 소명기회 없던 우리 22일 입장 밝힐 예정

“경영진 제재할만한 근거 부족하다”…은행들 벼랑끝전술 주목

자료사진.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대규모 원금손실 논란을 빚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 소재를 놓고 금융당국과 DLF 주요 판매처인 KEB하나·우리 등 은행 간 치열한 공방이 다시 펼쳐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태 책임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오는 30일 예정된 2차 회의에 앞서 22일 회의를 갖고 우리은행 측 소명을 듣는다. 22일 회의는 지난 16일 열린 1차 회의에 대한 보충 성격이다. 이날 회의를 여는 이유는 1차 때 KEB하나은행 설명에 많은 시간이 걸려 우리은행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제재심 판단 때문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 만큼 두 은행은 앞으로 남은 22일과 30일 제재심에서 벼랑 끝 최후진술을 펼칠 각오다. 최고경영자(CEO) 살리기에 총력을 쏟겠다는 두 은행이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사전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을 상대로 중징계(문책 경고)를 통보했고,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 측은 제재 수위를 낮출 반전 시나리오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 임원은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전·현직 은행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만은 막겠다는 게 두 은행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건 DLF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경영진 제재가 가능한지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시행령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통제 부실은 곧 경영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이런 내용에 집중해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은행 측 주장은 다르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으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데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게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점도 은행 측이 제시하는 근거다.

무엇보다 두 은행은 특정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결정에 CEO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사태 발생 이후 고객 피해 최소화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양측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가운데 최종 제재심에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두 은행은 차기 회장 구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손 회장은 사실상 오는 3월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 함 부회장은 차기 하나금융을 이끌 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관으로 분류되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심의를 거쳐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 경고까지는 금융감독원장 전결 사안”이라며 “기관 중징계나 과태료 부과 등 기관에 대한 사안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로 확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6일 제재심을 열고 DLF 상품 기획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은행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금감원 검사국이 먼저 그간 조사한 내용을 밝히면 은행 측이 변론하고, 9명으로 구성된 제재심 위원들이 질의하는 대심제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1차 제재심에 출석한 진술인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을 포함해 법무담당 관계자 등 모두 20여명에 달했다. 심의 시간도 예상을 훌쩍 넘길 만큼 치열하게 이뤄졌다. 당일 오전 10시에 출석한 하나은행 측 제재심은 오후 7시가 돼서야 마쳤고, 곧이어 우리은행 측이 입장했지만 시간 관계상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손태승(왼쪽)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 오른쪽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각 은행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