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5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임종을 앞두고서야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마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48년 롯데를 창립해 2015년 이사직에서 해임될 때까지 67년간 한·일 롯데를 이끈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 29분, 영면에 들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해외 출장에서 급히 귀국해 오후 3시 반부터 상태가 악화된 아버지 곁을 지켰다.
눈시울이 붉어진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승강기에 함께 탑승하고,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2015년 7월부터 경영권 분쟁을 본격적으로 벌이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두 형제와 모였던 자리는 2015년 11월(음력 10월4일) 신 명예회장의 생일이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동주 전 부회장, 그의 부인인 조은주 여사, 신동빈 회장이 방문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사이는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년간 무려 5번이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신동빈 회장은 구속수감 상태에서도 일본 롯데 주주들의 재신임을 받아 ‘원톱’ 체제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4년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하지 못했다.
이 기간 롯데 총수 일가 상당수는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재판을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불참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99세 생일,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