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간 번 中…안도 속 전열 재정비 주력할 듯

2020-01-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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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입 2000억弗 확대, 공평 합의 강변

美 대선 전 기술자립 강화 등 대응책 마련

구매이행 부담, "2단계 더 격렬할 것" 우려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대미 수입액을 2000억 달러 늘리는 조건으로 미국의 공세 재개에 방비할 시간을 최소 1년 가까이 벌었다.

이 기간 중 핵심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추가 관세 부과와 금융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안전판을 확보하는 등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내부적으로도 미국과 또 한번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번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일시적 평화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균형·상생 강조, 비판 차단 안간힘

미·중은 16일 워싱턴에서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정식 서명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일부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대가로 중국이 2년간 대미 수입액을 2000억 달러 확대하는 게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합의문에 서명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1단계 합의는 중국과 미국, 전 세계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주요 언론은 이번 합의가 중국의 양보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는 데 열을 올렸다.

관영 환구시보는 "1단계 합의에 양측이 아쉬움을 느끼는 건 상대적으로 공평한 합의였다는 뜻"이라며 "누가 이기고 졌느냐를 따지는 건 천박한 사고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넷판은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가 갖는 명확한 특징은 공평과 공영"이라며 "현재의 무역 긴장을 완화하고 전 세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관세 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22개월 동안 지리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중국이 대미 수입액을 2000억 달러 확대하는 통 큰 양보를 하면서 소강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그동안 중국 내부를 향해 대미 강경 노선을 천명해 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느낄 만한 합의 결과다.

관영 언론이 한목소리로 협상이 공정성과 합리성,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美 대선 때까지 전열 재정비 주력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완화를 정치적 과업으로 과시할 공산이 크다.

선거가 끝나기 전 경제·무역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중국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무역전쟁 장기화로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게 중론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중 합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와 강제적 기술 이전 금지 등은 중국의 핵심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화웨이·ZTE 제재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수출 금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은 대미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이중(李毅中) 전 공업정보화부 부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현재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연말까지 40%, 2025년까지 75%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기존에 추진하던 산업 고도화 전략 '중국제조 2025'와 유사한 내용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밖에 미국의 거센 요구로 금융 시장을 추가 개방한 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둥옌(東艶) 사회과학원 국제무역연구실 주임은 "중국의 금융 개방은 결코 제멋대로 되도록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관리·감독 수준과 개방 정도를 적합하게 조정해 국가 금융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미·일 간 '플라자 합의' 때처럼 중국이 일방적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곳곳에 암초, 미·중 공방 재개 불가피

미·중 간 2단계 무역협상은 미국 대선 전까지 지지부진하게 지속되다가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까지 양측의 마찰을 초래할 암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중국이 2년에 걸쳐 대미 수입액을 2000억 달러나 늘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잉 항공기는 결함 논란이 있고 반도체 등 민감 품목은 미국이 수출을 원치 않는다"며 "대두 등 농산물과 천연가스 정도 외에는 중국이 구매할 상품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철회 및 완화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청다웨이(程大爲) 인민대 경제학 교수는 인민일보에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 때문에 경영상 영향을 받고 구매 능력이 약화돼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수입할 수 없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보조금 철폐나 '중국제조 2025' 포기 등 중국의 경제·산업 구조에 대한 전방위 공세가 이어질 2단계 협상이 시작되면 미·중 갈등이 다시 첨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환구시보는 "미래 미·중 간 전면적 합의 달성의 난이도는 더 높을 것"이라고 걱정했고 CCTV도 "문제 해결이 뒤로 미뤄질수록 (미·중 간) 수싸움은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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